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병원이 이미 들어선 건물과 같은 부지라도 의약분업과 상관 없이 약국을 세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약국이 해당 의료기관들과 종속·담합 관계만 아니라면 굳이 약국 건물만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1일 약사 위모씨가 경남 창녕군수를 상대로 낸 약국변경등록 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위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경남 창녕군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중 같은 지역 단층짜리 새 건물로 이전하기 위해 약국등록사항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창녕군은 이듬해 2월 “약사법에 따라 의료기관 시설 안에는 약국을 개설하지 못한다”며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건물 바로 옆에 의원 4곳이 입주한 4층짜리 의료기관 건물이 붙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 약사법에는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 시설이나 구내인 경우 등록을 받지 않도록 돼 있다.
1·2심은 “해당 건물은 같은 부지에 동일인이 건축했기 때문에 의료기관 건물의 부속 건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창녕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이 의약분업의 입법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하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는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되거나 서로 담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약국을 의료기관이 들어선 건물 자체로부터 독립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