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세계최대의 환락과 유흥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LV)가 34년 만에 전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종업원 노조 회원 2만5,000여명은 22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99%의 찬성으로 이달 말까지 계약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6월 1일부터 언제든지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정했다. 노조 회원은 총 5만여 명으로 MGM과 시저스, 벨라지오, 플래닛 할리우드, 스트라토스피어 호텔 등에 근무하는 바텐더, 요리사, 서빙 직원, 벨보이, 포터, 청소 직원들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호텔들을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전역이 마비돼 이 지역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이 호텔 측에 원하는 것은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 보장, 안전 강화, 성희롱 대책 마련 등이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로 서비스직의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MGM 그랜드 호텔의 벨맨으로 40년 이상 일해온 노조원 돈 리드비터는 “벌써 몇몇 바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손님들은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체크인, 체크아웃이 가능해 라스베이거스 내 서비스직종이 모두 위험에 처해있다”며 “우리는 고용 보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피카나 카지노 호텔의 설비 운반자인 루이스 토머스는 “젊은 세대에게 이것이 우리의 직업과 직업 안전성, 건강보험과 임금 인상을 쟁취하기 위한 방식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또 회사 측에는 우리가 함께하며 통합돼 있고, 분열되지 않을 것임을 일깨우려 한다”고 파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해당 리조트들은 협상이 진행 중이며 파업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방문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시저스 팰리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6월 1일이나 그 무렵에 노조와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으며 MGM 리조트도 “계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협상에서는 또 성희롱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노조 대변인인 베서니 칸은 “우리는 주로 서빙 직원들과 바텐더들이 손님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례들을 다수 알고 있다”며 “호텔 측이 손님들의 성범죄에 강하게 대처하도록 계약서에 적시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6월 중 파업을 결의했지만 언제 실시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AP통신은 “노조의 파업 결정은 호텔 측과 협상 중인 노조 대표단에 커다란 협상 카드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02년에도 노조는 파업을 결정했지만 호텔 측과의 합의에 성공해 실제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 대규모 파업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것은 1984년으로 67일간 계속돼 32개 호텔 및 리조트에서 영업이 중단됐다. 이번으로 손실액은 수천만 달러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