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내려고 집 팔라는 거냐? ..."재건축 못하겠다" 회의론 확산

"살다 보니 집값 올랐는데 거주이전 제약" 반대 목소리
새로운 대안 나올때까지 당분간 관망세 이어질 가능성

재건축을 위해 바쁘게 달려온 아파트 단지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재건축 부담금 탓에 조합 내부에서 사업 강행에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16배 많은 부담금 통보를 받은 반포현대의 경우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면 대치쌍용2차 역시 재건축 포기의 기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강남 재건축을 주도해온 잠실주공5단지까지 ‘재건축 유예’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재건축단지에서 사업 속도조절론과 회의론이 모두 등장했다.


재건축부담금 ‘폭탄’을 받은 후 첫 정기 총회를 앞둔 반포현대의 경우 재건축에 대한 의지를 아예 꺾어버린 조합원도 등장했다. 반포현대에서 만난 한 70대 조합원은 “이전엔 모두 참석했지만 이번 총회는 가지 않는다”면서 “재건축부담금 폭탄 이후 이제 되든 안 되든 관심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총회에 참석하겠다는 다른 조합원도 “지어질 때부터 수십 년 산 사람은 어쩌라는 거냐”면서 “1억원 넘는 부담금 때문에 집을 팔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순복 반포현대 조합장은 “구청에서 통지한 재건축부담금에서 재건축에 들어간 분담금을 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관리처분인가를 할 때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을 선반영 해서 조합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침착하게 대안을 마련하면서도 조합원 다수의 판단에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제설계공모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잠실주공5단지도 온라인 조합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게시판이 “(공모안) 1호부터 5호까지 모두 반대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니 총회 관련 조합장 문자와 홍보요원 전화도 사양한다”고 올렸다. 또한 비대위를 주장하는 ‘밴드’ 모임에도 70명 이상이 모여 현재 공모안을 반대하고 재건축 추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6월 2일 임시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대치쌍용2차 아파트도 재건축부담금이 걸림돌이다. 시공사 선정 자체를 미루지는 않지만 10월로 예정된 구청의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통지를 받아들면 재건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분위기다. 대치쌍용2차 한 주민은 “연금만 받고 사시는 80대 어르신 경우는 부담금이 1억 넘게 나오면 여기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면서 “살다 보니 집값이 오른 것일 뿐 국가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한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마지노 선을 약 1억5,000억원으로 본다”며 “그런데 80가구인 반포 현대보다 우리가 적게 나오진 않을 거 아닌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안형태 대치쌍용2차 조합장은 “조합원 운영비용 대여를 위해 시공사 선정은 일정대로 한 후 10월 통지액을 받고 결정하겠다”면서도 “재건축부담금이 많이 나오면 추진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정책이 계속 갈 것인가 의문과 함께 상승률이 적은 구간을 찾아 모두 재건축을 미루는 것”이라면서 “시간을 벌고 1대1 재건축 등 건설사에서 부담금을 최소화하는 기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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