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원의 부대찌개 외식업 브랜드 ‘박가부대’ 마크./박가부대 홈페이지
‘박가부대’의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한 후 상표수수료를 받아 온 박천희 원앤원 대표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박 대표 측이 첨예하게 공방을 벌였다. 사주가 개인적으로 상표권을 보유한 경우가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행을 고려하면, 앞으로 진행될 공판과정과 재판의 결과가 업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을 전망된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원할머니보쌈’, ‘박가부대’ 등 외식업 브랜드로 유명한 원앤원의 박천희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과 박 대표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2009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박가부대 등 5개 상표를 자신의 1인 회사 명의로 등록한 뒤 원앤원에서 상표사용료 21억3,000만원을 수수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상표를 개발·사용하고 홍보비까지 부담했다면 상표권을 회사 명의로 등록해 회사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가맹본부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가맹본부 대표가 상표권으로 재산상 이득을 얻은 행위에 대해 배임 혐의를 물어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는 가맹사업의 상표권을 반드시 회사에 등록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박 대표가 보유한 상표권 중 가장 인지도가 크다고 평가되는 ‘원할머니보쌈’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은 원할머니보쌈의 사례를 따라 나머지 상표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등록했다는 주장이다. 변리사와 회계사 등의 조언을 받아 상표권을 등록한 만큼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도 폈다.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십수년간 대표 개인이 상표를 등록해 오다가 이제 와서 문제제기가 되면서 관행이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며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이에 대한 법리적 쟁점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