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수수료를 고를 것인가, 운용 능력을 선택할 것인가.
노후대책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마다 특색을 내세우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용어가 어렵고 나에게 맞는 정보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TDF 상품의 성격을 먼저 파악해 각자 성향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TDF 순자산은 1조964억4,229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4월9일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두 달이 채 안 돼 1,000억원가량이 더 늘어났다.
여기에 전날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TDF에 대한 퇴직연금 자산 투자비중을 기존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시장은 앞으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국내외 시장 흐름을 판단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개인을 대신해 운용사가 미리 설정해놓은 시점까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며 자금을 운용한다. TDF 자산 규모로만 보면 퇴직연금 시장의 운용자산 규모(168조원)에 비해 크지 않지만 지난해 말 5,400억원 규모에서 6개월도 안 돼 두 배로 커진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2016년 TDF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지금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삼성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하나UBS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7개 자산운용사가 앞다퉈 상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다음달 키움자산운용도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TDF 시장경쟁에 가세한다. 키움자산운용은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7월 퇴직연금 담당 부서를 본부로 승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TDF 상품만도 49개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때는 하위펀드의 성향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TDF 상품은 재간접펀드인 만큼 운용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하위펀드에 투자한다. 상장지수펀드(ETF)·액티브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담지만 주로 많이 담는 펀드 성격을 먼저 알고 투자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화자산운용의 ‘한화lifeplusTDF’시리즈는 하위펀드의 62% 정도가 액티브펀드다. ETF 등 패시브펀드는 30%대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한국형TDF’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 역시 액티브펀드를 주로 담는다. ‘KB온국민TDF’ ‘신한BNPP마음편한TDF’는 패시브펀드에 주로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산배분형과 전략배분형 두 유형으로 상품을 출시해 액티브와 패시브 형태 양쪽을 모두 전략으로 내세웠다. 다음달 출시되는 키움자산운용의 TDF 상품 역시 패시브펀드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위펀드 성격에 따라 어떤 상품이 유리하다고 명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ETF 같은 패시브펀드 비중이 높으면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이 있다. 액티브펀드와 달리 운용보수·판매보수 등의 비용이 없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싸다. 이 때문에 똑같은 수익률을 낸다면 나가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투자자가 실현하는 수익이 더 높다.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소외받는 경우가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펀드 매니저가 꾸준히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는 없다”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장 지수를 꾸준히 좇아가는 대신 비용을 줄이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TDF 상품에 액티브펀드를 주로 담는 운용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패시브 형태의 TDF는 시장 조정의 하락분을 그대로 성과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반면 액티브펀드는 자산배분을 통해 장세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의 낮은 비용은 싱글컨트리나 싱글섹터에 투자할 때 매우 큰 장점이 있지만 자산배분형에서는 자산배분의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며 “비용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배분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문가의 눈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엄선해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에 목표가 있다”며 “과거 꾸준히 높은 성과를 달성했던 액티브펀드는 앞으로도 높은 성과 달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으며 TDF 역시 적극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