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만난 예술, 혁신을 창조하다

국립현대미술관 'E.A.T.' 회고전
워홀·백남준 등 작품 33점 전시

앤디 워홀 ‘은빛 구름(Sliver Clouds)’, 1966년, 앤디워홀 미술관 소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1960년대는 ‘기계 시대의 끝’이라 불렸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넘쳐났다. 이에 예술과 기술이 손을 잡았다. 1966년 미국의 현대미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와 로버트 휘트먼(83)은 벨 연구소의 공학자들과 함께 예술과 기술의 협력적 실험을 의미하는 비영리단체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이하 EAT)’를 결성한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 더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이 단체에 가입한 예술가와 공학자는 6,000명이 넘는다.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 안무가인 머스 커닝햄 등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거장들과 교류한 E.A.T의 활동은 하나의 문화운동이었다.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들의 활동을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한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또 다른 시작’이 26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서로 다른 영역의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얻어낸 환상적인 예술적 성취를 확인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시대 융복합 예술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33점의 작품을 비롯해 단체의 활동과 작업상을 담은 아카이브 100여점이 소개된다.

키네틱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팅겔리(1925~1991)의 작품 ‘뉴욕찬가’는 뉴욕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수거해 온 폐품으로 만든 길이 7m, 높이 8m의 대작이다. 쓰레기로 만든 작품이 움직이며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증기를 내뿜다 자멸하듯 불타 사라진 작품이라 이번 전시에는 영상으로 선보인다. 팅겔리가 빌리 클뤼버·로버트 라우센버그·로버트 브리어와 머리를 맞댄 ‘협업’의 결과물이었다.

전시장 전경

앤디 워홀은 공학자 빌리 클뤼버와 ‘은빛 구름’을 만들었다. 떠다니는 전구를 상상했던 클뤼버는 워홀에게 가볍지만 공기를 완벽히 밀폐시키는 군용 샌드위치 포장재를 재료로 한 작품을 제안했고 이를 함께 완성했다. 예술의 권위와 관습을 깬 혁신적 시도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은빛 풍선이 둥둥 떠다니며 관객도 작품의 일부로 함께하게 된다. 백남준의 ‘자석 TV’는 TV에 자석을 대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해 화면에 다양한 추상 패턴이 맺히는 작품이다. 대중매체가 일방적으로 소통하던 시절, 관람객과 양방향 소통을 시도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9월16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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