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입차 관세폭탄 검토] '미국서 車 만들라'는 트럼프...高관세 현실화 땐 생산손실 40조

■메가톤급 후폭풍 부나
현대기아차 국내생산 절반 美수출
관세폭탄땐 수출경쟁력 사실상 상실
자동차부품 등 연관 산업도 타격
對美 무역흑자액 70% 영향받고
국내 일자리 35만개 증발 전망
한미FTA 이용해 강력하게 압박
EU 등과 무역보복 공조 나서야


“자동차는 25% 관세를 맞으면 사실상 가격경쟁력을 잃습니다. 국내에서 만드는 차는 미국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동차 업계가 발끈했다. 지난 3월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우리는 픽업트럭 관세(25%) 철폐를 오는 2041년까지 늦추는 등 양보했는데 두 달 만에 미국이 얼굴을 싹 바꿔 FTA로 2016년 관세가 0%가 된 자동차에 대해 25% 폭탄 관세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의 범위는 전 세계 국가들이지만 과녁은 사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일본(도요타 14.1%)과 한국(현대·현대차(005380)는 지난해 미국으로 30만7,000여대, 기아차는 28만7,000여대를 수출했다. 현대차는 투싼을 비롯해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i30 등을, 기아차는 쏘울과 니로·카니발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전량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데 25%의 관세를 맞으면 현지에서 경쟁력이 추락할 수 있다. 최근 미국GM과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경영 정상화에 돌입한 한국GM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GM은 스파크와 트랙스 등 지난해 수출의 30%를 미국으로 보냈고 르노삼성도 닛산 로그를 만들어 3만여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25% 관세 폭탄을 맞으면 전체 자동차 수출(2017년 253만대)의 30%, 자동차 대미무역 흑자액(179억달러)의 72%(129억달러)가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량 대비 현지생산 비중이 53%, 기아차는 48% 수준으로 현지업체들의 평균(63%)보다 낮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현지생산을 늘리라고 요구할 명분이 있다.

관세 폭탄을 맞으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높은 가격으로 미국에 팔거나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이다. 업계는 결국 현지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현지에서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는 쏘나타 대신 인기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내생산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전혀 없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도 “글로벌 GM의 입장이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동차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철강 관세 폭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핵폭탄급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동차에는 2만5,0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 1단위를 만들 때 다른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생산(생산유발계수) 유발효과가 2.543으로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2014년) 161개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417억달러, 이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147억달러로 약 15조9,000억원이다. 80여만대의 대미 수출이 사라진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면 생산손실(수출액×생산유발계수)이 약 40조원을 넘어선다. 사라지는 부가가치(수출액×부가가치유발계수)만도 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는 말 그대로 재난상황에 처한다. 자동차는 매출 10억원당 만드는 일자리(취업유발계수)가 8.6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생산손실액만 따져도 약 35만개의 일자리가 증발한다. 한국GM(약 9만4,000명) 4개가 철수한 것과 맞먹는 고용 쇼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폭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철강 때처럼) 앉아서 계속 당하면 안 된다”며 “한미 FTA를 이용해 픽업트럭 관세 철폐 연장조치를 거두겠다는 등 강력하게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도 “EU에서 무역보복 등으로 강하게 나올 것”이라며 “우리도 로비전과 함께 보복 대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김상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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