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고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에 참석한 예비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원하지 않는 일반계 고등학교로 보내질까 걱정이에요. 임의 배정을 거부하려니 ‘고입 재수생’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자사고 지원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답일까요.”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소연이다. 올해 고교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2019학년도부터 ‘역대급’으로 바뀌는 고입 제도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지원을 희망하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크다. 확 바뀐 고입 제도와 관련해 주요 궁금증을 정리했다.
◇고입 재수 가능성은 현실=2019학년도 일반고 고입 전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서울 지역의 경우 1단계는 서울시 전체 고교 중 2개교 지원, 2단계는 거주지역 학군 내 2개교 지원이다. 3단계는 선택 없이 임의 배정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지원한 경우 떨어지면 임의 배정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에 한해 3단계 임의 배정을 해준다. 자사고·외고 결원 보충을 노리는 학생은 임의 배정 동의서를 내면 안 된다. 다만 추가 모집에도 실패하면 ‘고입 재수’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임의 배정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동의서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는 특별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일반고 신입생 배정방법 개선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3단계별 배정비율을 조정하거나 단계별 지원 학교 수를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자사고 폐지는 강남 8학군 부활?=이번 고입 제도 개편의 핵심인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 폐지’를 두고 강남 8학군 부활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위권 학생들이 강남 명문고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실제 이 같은 ‘강남 집중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현 대입 제도 아래에서는 내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남으로 올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강남 일반고에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몰리면 내신 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가 내신 절대평가를 전면 실시하지 않는 한 강남 8학군의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외고 지원은 오히려 기회=이번 고입 제도 변경이 아니라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원율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 학생부 중심 전형에 갈수록 힘이 실리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기피 현상으로 일부 학교는 미달이 발생할 조짐도 보인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광역 자사고들은 일반고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신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불리를 떠나 소신 지원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남아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소신 있게 자사고 등에 지원할지, 안전하게 일반고로 배정받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