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공론화에 27억...책임 미루며 예산만 '펑펑'

공론화위 운영·설문 등에 사용
"해결책 나올지 미지수" 우려 속
국가교육회의 역할도 모호해져

정부가 현재 중3 학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 비용으로 총 2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교육부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라는 ‘고차방정식’을 석 달 안에 일반시민 400명에게 풀어달라고 미루면서 책임은 회피하고 공론화 치레에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목적으로 올해 약 31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국가교육회의의 역할도 모호해졌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국가교육회의기획단에 따르면 정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경비로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17억원과 교육부 자체예산 10억원가량을 합쳐 약 27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은 이번 논의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의 구성· 운영, 각종 여론 수렴,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 쓰인다. 무작위 추출된 400명의 시민참여단은 7월 중 2박3일 합숙을 하면서 4~5개 모형 중에서 권고안을 최종선택한다. 실질적인 공론화 기간은 석 달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쟁점마다 여론이 첨예하게 갈려 무작위로 추출된 일반시민 400명이 며칠 만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불가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을 결정·집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할 정부가 대입제도와 같은 핵심 결정을 비전문가 시민에게 미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여부도 공론화 방식으로 일반시민 결정에 맡겼다. 그때도 정부는 예산 46억3,000만원을 책정해 약 37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교육개혁에 대한 여론 수렴과 방향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올해 예산 31억2,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이다. 국가교육회의는 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특위·공론화위원회로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면서 결정의 책임은 미루고 예산만 붓는 모양새가 됐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결정을 또다시 국민에게 넘기는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은 차치해도 전 국민이 싸우는 형국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입시제도의 새 판을 짜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승자는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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