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위암 치료에 쓸 수 있는 새 표적항암제 예비후보물질을 찾아내 효과를 입증했다. 암세포의 생존·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NamPT 효소의 기능을 억제해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원리다.
24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 김현석(의생명과학부)·정재호(외과학교실) 교수팀은 1,500여개의 임상·항암약물 중 FK866이 이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해 저명 국제학술지 ‘소화기내과학’(Gastroenterolog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덩어리 형태로 자라던 암 상피세포가 혈관·복수 등을 통해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는 전이가 이뤄지려면 상피세포가 앞 단계(중간엽) 세포로 역분화하는 ‘상피→중간엽 변화’(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EMT)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단백질 구성과 모양·기능 등이 바뀐다.
김 교수팀이 환자유래 상피→중간엽 역분화 위암 세포를 정 교수팀의 생쥐 모델에 이식한 뒤 FK866을 투여했더니 암세포의 생존·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NamPT 효소의 기능이 억제됐다. 난치성 암세포들은 속속 굶어죽어 4주만에 종양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기존 표적·면역치료제가 안 듣는 역분화 위암 세포를 FK866 같은 NamPT 저해제로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위암은 수술 등 치료법의 발달과 잇단 항암제 개발로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재발·전이된 경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김 교수팀이 세브란스병원 위암 환자 942명의 종양 조직을 면역화학염색해 살펴보니 역분화 과정에서 암 전이를 억제하는 E-카데린 단백질이 사라지고 NAPRT 단백질의 발현이 억제됐다. 이런 현상은 위암은 물론 대장암·췌장암 세포의 역분화 과정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 NamPT 저해제가 여러 난치성 암종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기존 표적·면역치료제에 저항성을 가진 역분화 위암·대장암·췌장암의 약점을 최초로 찾아냈다”며 “지금은 FK866의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한 새로운 NamPT 저해제를 찾아내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후보물질로 적합한 지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 위암 신규발생자는 2만9,207명(인구 10만명당 57.3명), 전체 위암 유병자는 25.7만명(남자 17만, 여자 8.7만명)에 이른다. 2011~2015년 5년 상대생존율은 75.4%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