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평)짜리 컨테이너박스에서 시작해 18년 만에 바이오 회사들이 모두 찾게 됐으니 나름 성공했다고 봐야 하나요. 하지만 세계 7대 연구개발서비스 업체(CRO)라는 비전을 달성하려면 신발 끈을 더욱 조여 매야죠.”
국내에서 대표적인 안전성시험 수행 연구산업 회사로 자리매김한 ㈜바이오톡스텍의 강종구(63·사진) 대표는 최근 역삼동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의약품·바이오시밀러·백신·세포치료제·화학물질·식품·화장품·농약·유전자변형식품(GMO)·생활용품 회사 등이 신물질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포나 동물시험으로 검증한다. 신약이 효과가 좋더라도 환자에게 독성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KTB투자증권의 분석 결과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260억원에 이어 올해 430억원, 내년 860억원, 내후년 1,350억원으로 급성장세가 기대된다.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인 강 대표는 지난 2000년 학교 뒤편 컨테이너박스에서 회사를 시작해 2년 뒤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연구·실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만 보고 재무제표를 볼 줄도 모르면서 그냥 창업했지요. 모 은행장을 설득해 충북 오창에 첨단연구소를 차리기 위해 69억원을 빌렸다가 매출 부진으로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은행이 미래가치를 보고 연장해줘 겨우 살아났습니다.”
강 대표는 당시 ‘회사를 팔라’는 인수합병(M&A) 유혹도 많았으나 사활을 걸고 전념하는 직원들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회고했다.
2007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으나 당시 주식을 스와프한 제휴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장 폐지돼 30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눈앞이 캄캄했지요. 전문 인력과 시설 투자에 엄청난 공을 들이던 상황이라 타격이 컸어요. 그래도 연구 인력과 시설 투자 확대를 멈추지 않았지요.”
2011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합작 제의를 받아 분석전문회사(SBB)를 차렸는데 2년여의 협의 끝에 51%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강 대표는 현지 하이폭스연구소 연구원과 방사선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일본에도 상당한 연구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 고객 가운데 20%는 일본, 10%는 유럽인데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죠. 연구개발(R&D)에 집중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임상시험기준(GLP) 사찰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GLP 사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지요. 2014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나 2015년 백수오 사태 때도 저희가 검증했어요.”
강 대표는 이후 ‘아예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자’는 사명감을 갖게 됐고 2013년 세종벤처파트너스라는 엔젤투자사를 차렸다. 현재 1,000억원 정도를 운용해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며 바이오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건강기능식품사인 바이오믹스의 지분 40%를 인수했다. 앞으로 임상 CRO 인수도 추진해 기초연구-비임상시험-생체분석에 이어 임상시험과 자체 신약 개발도 수행하는 글로벌 토털 CRO 서비스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그동안 저는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항상 ‘퍼스트 펭귄이 되자’는 심정으로 사업을 해왔죠. 일분일초가 아까워 골프도 안 하고요. 서커스단의 외줄 위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곡예사처럼 쉴새 없이 움직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떨어질지 몰라요. ”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