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진행된 대통령 취임식에서 니콜라스 마두로(오른쪽) 대통령이 군대를 사열하다. /EPA연합뉴스
재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원유 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4일(현지시간) 국영VTV 등 현지언론은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제헌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산유량이 3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감소한 만큼 올해 하루 생산량을 100만배럴 늘릴 것”이라며 “국영 석유회사인 PDVA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접촉하고 필요하다면 중국·러시아·아랍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헌법을 존중하고 강화하며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선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일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부터 오는 2025년까지 집권 2기에 돌입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 서방의 제재와 경제상황 악화로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각종 금융제재와 올해 1만4,000%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9.2%로 곤두박질친 경제성장률 등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8월 187만배럴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4월 136만4,000배럴로 급감했으며 올해 말에는 100만배럴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또 수감 중인 야당 인사 등과 관련해 “반정부 시위 도중 체포 또는 수감된 인사 가운데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석방해 국가적 화해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권이 경제위기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며 “미국의 제재가 큰 어려움을 안겨줬지만 우리는 극복할 것이며 이를 위해 재계와도 대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서방국가는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을 ‘엉터리 선거’로 규정하고 마두로 정권을 바짝 죄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유재산과 국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유럽연합(EU)도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마두로 정권은 22일 자국 주재 미국 외교관 두 명을 추방했고 트럼프 행정부도 베네수엘라 외교관 두 명을 맞추방해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