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매 최대원인 ‘알코올’ 방치하는 정부

이승엽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 2016년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유병률은 약 9.8%다. 어르신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라는 얘기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생산인구 대비 지속되는 치매 인구의 증가를 고려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쉽다. 정부의 의욕적인 추진에도 예산 문제의 난관에 부딪히면 유효한 관리는 점차 어려워지고 결국 ‘하는 시늉’만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대비책은 예방이다. 치매 예방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우울증 치료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알코올성 치매에 대한 인식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2015년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음주량이 제일 높은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모든 성인에서 일평생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질 확률이 12.2%로 제일 흔한 정신질환이었고 특히 남자에게서는 18.1%로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알코올 사용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알코올성 치매에 대한 실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12년 치매 실태조사에서는 1% 이하로 보고됐고 최근 현황에서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신 대규모의 연구 결과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가 치매 발병에 제일 위험한 요인으로 보고됐다.

3,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2008~2013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치매에 대한 연구 결과 65세 이전에 발생한 조기 치매의 제일 큰 원인은 알코올성에 따른 것으로 39%를 차지했다. 또 어떠한 종류의 치매라도 이를 막론하고 알코올 사용 장애는 그 발생 위험을 남자는 3.36배, 여자는 3.34배 증가시켰다. 대표적인 치매 위험인자로 인식된 우울증이 남녀 각각 1.52배, 1.27배, 뇌졸중이 남녀 각각 1.49배, 1.19배 위험성을 증가시킨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또 알코올 사용 문제가 치매 위험을 제일 높이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국가의 책임이 크다. 소주 원가의 70% 이상이 세금이며 정부는 주류세로 연간 3조2,000억원을 걷고 있다. 반면 정부에서 집행하는 음주 폐해 예방관리 예산은 14억원 정도로 주류광고 예산의 0.16%에 그친다. 또 고위험 음주자 중에서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0.5%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절반으로 감소시키면 치매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비용은 7조원이 줄어든다.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암 발생의 최대 원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를 줄인다면 국민들의 건강이 향상되고 생명도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가 당장 들어오는 세수에 눈이 멀어 알코올로 인한 건강 문제를 지속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방치에 대한 부메랑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천문학적 비용을 치러야 국가가 치매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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