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국경없는 자본]'슈퍼리치'의 그 많은 돈은 누가 불렸을까

■브룩 해링턴 지음, 동녘 펴냄


세계의 부가 241조 달러로 추산될 정도로 기록적으로 증가하지만 ‘부의 불평등’도 함께 늘고 있다. 세계 인구의 0.7%가 세계 자산의 41%를 소유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외치는 목소리에 비해 부의 재분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부자의 부가 가족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역외 탈세나 조세 회피, 상속세 포탈 등을 돕는 자산관리사(Financial Planner·FP)라는 직업세계를 파고들었다.


자산관리사는 단어 뜻 그대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전문직인데 변호사·회계사·세무사의 업무가 천차만별이듯 어떤 고객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활동 영역은 극과 극이다. 자산관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막대한 자산이 세금과 법적 장애물 없이 세대 간에 이전될 수 있는 보유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0.1%의 슈퍼리치를 고객으로 둔 자산관리사는 상속세 없이 가족 재산을 세대 간에 이전하는 일을 포함해서 조세 회피도 불사해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돕고 관리한다. 부자들의 조력자인 동시에 세계 불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산관리사 협회는 STEP는 입법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힘을 발휘한다.

“자산관리사가 하는 대부분의 일상 업무는 ‘윤리적으로 애매한 영역’, 즉 공식적으로는 합법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위법한 일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여기에는 고객이 조세를 회피할 뿐만 아니라 채무 상환을 피하도록 돕고 합법적 권한을 가진 가족 일원의 상속 지분을 배제하기 위해 신탁, 역외 기업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하는 일이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자산관리사는 가족 구성원 이상으로 가족의 내밀한 부분을 공유하게 된다.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경제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슈퍼리치만큼이나 접근이 어려운 자산관리사를 만나기 위해 직접 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18개국 자산관리사와 65차례 인터뷰 등 8년간의 연구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의 앞부분은 직업으로서 자산관리사를 설명하지만 5장 이후의 주제는 그들이 촉발하는 불평등의 심화를 강조한다. 저자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공로로 덴마크교육경영단체에서 2017년 국제시민상을 받았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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