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급작스럽게 취소되면서 증시도 출렁였다. 일부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는 가격제한폭 가까이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대화 재개의 여지가 남은 만큼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코스피지수는 0.21% 하락한 2,460.8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0.57% 내렸다. 장 초반 코스피는 0.86%, 코스닥은 1.63%나 빠졌지만 장 후반 정보기술(IT)주와 바이오주들이 반등하며 하락폭을 줄였다. 예상보다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것은 외국인(3,350억원), 기관(1,264억원)의 매수세 덕분이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200억원어치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발언은 펀더멘털이 취약한 남북경협주들에 큰 충격을 줬다. 대창솔루션(096350)이 29.19% 급락한 3,190원에 장을 마감했고 철도주인 에코마이스터(064510)(-25.36%), 자원개발주인 혜인(003010)(-24.58%), 건설주인 특수건설(026150)(-24.4%) 등이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폭이 높았던 현대엘리베이(017800)터(-16.84%), 현대건설(000720)(-9.78) 등도 여지없이 하락했다.
전일 미국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 직후 흔들렸다.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장중 한때 1% 이상,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캐피털(MSCI) 한국 지수도 2.7%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대신 안전자산으로 몰려갔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과 은 가격은 각각 전일보다 1.2%, 1.7%씩 올랐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충격을 예상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한 기대와 북한발 훈풍이 사그라지면서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원·달러 환율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신흥국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남북 평화무드가 원화 약세를 막아줬지만 이번 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체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 외무성 수뇌부의 잇따른 강경발언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 차원의 조치일 것”이라며 “다만 북미 모두 파국을 원치 않고 여전히 협상과 중재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 경제 펀더멘털과는 상관없는 변수라는 점에서 북미 문제가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로 확대될 여지는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의 영향력은 남북경협 관련주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리스크 안전지대인 반도체·소프트웨어·바이오·증권 등 업종에서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