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엎친데 스페인 덮쳐...흔들리는 유럽 금융시장

라호이 총리 불신임 투표 제안
스페인 증시 1.7% 하락 마감
伊-獨 국채 스프레드 4년래 최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EPA연합뉴스

포퓰리즘 정권 출범을 앞둔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간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가운데 스페인의 정세 불안이 가세하며 유럽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POSE)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여당인 인민당 소속의 라호이 총리 전임 보좌진과 회계 담당자들이 지난 1999년부터 2005년 사이 정당 선거자금을 위한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촉발됐다. 총리 불신임결의안이 의회에 제출돼 표결을 통해 가결되면 스페인은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 POSE 대표는 재판 결과가 나온 직후 “EU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스페인의 이미지와 평판이 다시 한번 손상됐다”며 “불신임투표로 우리 민주주의의 존엄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는 불신임투표 제안과 관련해 “스페인의 안정과 경제회복을 해치고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등 모든 시민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 정세 불안은 최근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는 이탈리아에 대한 불안과 맞물려 유럽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내각 구성을 앞두고 유로화 체제 탈퇴를 주장해온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가가 유력한 경제장관 후보로 떠오르며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날 스페인의 대표 주가지수인 IBEX3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 하락 마감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증시의 FTSE MIB지수도 1.54% 빠졌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탁스50지수는 0.18% 하락에 그쳤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4위 경제국인 양국의 불안이 유럽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심리의 기준점이 되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한때 217bp(bp=0.01%포인트)까지 치솟으며 2013년 12월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두 국가의 정세불안이 유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두 나라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바스찬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는 한 나라가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스를 통해 보았고,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은 지난 수년 간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를 감축해 재정 상태는 이탈리아와 사뭇 다르지만, 투자심리가 유럽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상황에 정치 불안이 전개되면서 어려운 시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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