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북미정상회담] WP “북미, 통일각서 실무회담 돌입” … 비핵화 간극 해소가 관건

■6·12 회담 성사 가능성은
성 김 전 주한美대사, 北 최선희와 29일까지 협상
美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30명 별도로 싱가포르행
비핵화 방식 ‘CVID vs 단계적’ 여전히 줄다리기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대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끄는 미국 측 협상단이 판문점 북측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사이 6·12 정상회담을 재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북미 실무단이 이번 사전 접촉을 통해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둘러싼 간극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성 김 대사가 북측과의 실무협상을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북측에서는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얼뜨기’로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를 위협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협상에 나선다. 미국 측 협상단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국 전문가인 앨리슨 후커와 국방부 관계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29일까지 비핵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WP는 전했다.

미국 측 실무협상단의 전격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사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전날 “북측과 회담을 되살리는 데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 6·12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남북 2차 정상회담 결과와 맞물려 6·12 정상회담 재추진이 사실상 공식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여기서 멀지 않은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며 회담 성사를 위한 양측의 사전 접촉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가 어딘지)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장소일 것이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며 “많은 호의(good will)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각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실무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백악관은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실무진을 27일 싱가포르에 파견해 북측과 준비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패트릭 클리프턴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필두로 한 30명가량의 대표단이 27일 싱가포르로 이동해 북측과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회담의 의전과 진행 방식, 경호 등을 사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6·12 싱가포르 회담의 최종 성사 여부는 이번주 양국 간 사전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얼마나 빠르고 확실하게 결정할지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안다”며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지는 의제에 관한 협상을 포함한 실무협상을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면서 고강도 검증을 수반한 철저한 비핵화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인 만큼 단계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 측은 CVID가 달성된 후 제재 완화를 시작으로 경제지원 등의 보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측은 단계적 비핵화 절차마다 미국 측의 일정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일괄타결 및 속전속결을 주장하지만 북측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와 김정은 정권의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 등에 대한 양측 간 입장 차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놓고 추가 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서한을 공개하기 전 외신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동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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