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예술의전당이 있다면 강북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만약 강남에 문화의전당이 있고 강북에 세종예술회관이 있다면 어떨까.
어떤 면에서 문화는 삶에 가깝고 예술은 꿈에 가깝다. 문화란 무엇인가. 이 난감한 질문에 답하려면 삶이란 무엇인가를 아울러 생각해봐야 한다. 삶이 무엇인지 어느 누가 쉽게 가르쳐주던가. 아마도 거의 죽음에 임박해서야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문화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살아봐야 삶을 알 수 있듯이 겪어봐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반대쪽에 죽음이 있다면 꿈의 반대편에 현실이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꿈이 있는 것이고 꿈이 있을 때 그 삶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삶이 꿈을 지향하듯 문화는 예술을 향하는 것이고 예술은 문화의 토대 위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결국 문화를 통해 우리는 매일매일 숨 쉬는 것이고 예술을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꿈을 다시 만나게 된다.
문을 연 지 40주년이 된 세종문화회관이 존재감을 가지려면 먼저 이름값을 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을 뺄 수 없듯이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세종을 지울 수 없다. 세종이 누구인가. 말과 글이 달라서 백성이 고통받을 때 너희는 글자를 몰라도 된다고 무시했던가. 아니면 한자(漢字)를 열심히 배우라고 권고했던가.
과감하고 대담하게도 새로운 글자를 만들자 제안하고 실천에 옮겨 성공한 군주다. 함께 토의하고 꼼꼼히 점검했던 성실파 최고경영자(CEO), 그가 세종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도 반포하기까지 무려 3년을 숙성시켰다. 그 유명한 ‘반대의 아이콘’ 최만리를 결국은 설득해 동의를 얻어낸 소통의 전문가였다.
세종의 창의, 소통과 문화의 숨결을 살려 세종문화회관이 제 몫을 한다면 가까운 거리의 세종 임금(동상)도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매일매일 그곳을 지나는 주민의 보폭도 ‘행복한 삶, 아름다운 꿈’을 향해 조금씩 넓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