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이병호 aT사장 “인공신경망(AI) 활용, 농산물 수급정보 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기반 생산성·생육정보·시장반입량 등 농산물정보 통합
해외시장 거점 역할 수행할 파일럿요원·청년해외개척단 파견
학교급식 식재료 상시 안전관리 강화위해 전담조직도 신설 계획

21일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호재기자.

최근 ‘양파’ 재배면적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농산물에서 수급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로 다른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양파 재배면적 통계는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지만 농가는 “오락가락하는 통계 전망치를 근거로 내놓은 정부의 가격안정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농산물수급정책은 근간인 통계에서부터 농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농가를 전수조사하지 않는 한 정확한 재배면적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수급예측에 나서기로 했다. 취임 100일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이병호(사진) aT 사장은 “농산물 관측·통계정보가 농민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두 개의 통계가 어긋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수급예측정보의 정밀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의 밑그림과 함께 농수산식품의 수출 활성화 방안,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 관리계획 등에 대해 물어봤다. /대담=김능현차장 nhkimchn@sedaily.com

aT는 12개 기관의 농산물 수급 관련 생산정보를 통합해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한 수급예측정보를 제공하는 ‘농산물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생육정보, 주산지별 기상정보, 전국 35개 도매시장 거래가격·반입량 등 12개 기관의 총 54종 정보를 통합하는 작업이다. 인공신경망 기술은 가격예측에 사용된다. 인공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품목별 수급분석과 산지 작황정보 등을 통한 생산 관측, 기상정보 등을 바탕으로 가격을 유추하고 더 나아가 비축량과 수입량 조절 등 수급정책을 세울 수 있다. 이 사장은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통해 농수산물 수급관리를 위한 ‘5년 중장기계획’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툴’도 중요하지만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데이터를 늘려가려면서 향후 5년간 중장기계획을 세울 계획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은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 관련 빅데이터 구축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격정보예측이 가능해져 수급대책 수립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T는 올해부터 유통종합정보 시스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이 사장은 농식품 수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9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중국의 경제보복 등 어려운 여건에도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것이다. aT는 수출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파일럿 요원을 선발해 해외로 급파했다. 대륙별 최우선 ‘전략국가’를 선정하고 현지 마케팅을 늘려갈 계획이다. 일본과 미국·중국으로 집중된 수출 판로를 늘려나가겠다는 의도다. 지난해까지 일본과 미국·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49%에 달했다. 전략국가로는 중남미의 브라질, 중동 지역의 카자흐스탄, 유럽의 폴란드,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대만과 말레이시아가 선정됐다. 이 사장은 “파일럿 요원과 농식품 청년 해외개척단(AFLO)을 파견했다”며 “파일럿 요원과 AFLO는 현지 국가의 다양한 수출정보 제공 및 중소식품기업의 상사 역할 수행, 바이어 발굴, 수출 홍보마케팅 등 현지시장 개척을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T의 활발한 노력으로 올해에도 농식품 수출은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수출액은 3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고 특히 과채류와 인삼 등 신선 농산물이 크게 늘었다. 이 사장은 “수출을 통한 가격지지효과가 5.1%에 달하며 2,023㏊(약 600만평)의 생산 기반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수출 과정에서 세계 농식품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국내 식품 산업의 발전도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 만큼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 기회를 늘리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1일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호재기자.

이 사장은 정상 궤도에 오른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eaT)에 대한 관리 감독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aT는 급식비리 사건 등이 발생하자 식재료 공급업체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aT가 직접 서류심사 및 현장검증을 통해 자격을 갖춘 업체만 응찰할 수 있도록 제한해 아이들을 위한 식단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aT를 이용해 급식 식재료를 공급받는 학교는 모두 1만298개로 전체 초중고의 88%에 이른다. 이 사장은 “상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며 “경찰청과 합동으로 불성실업체 수사체계를 가동하는 등 불성실 공급업체 근절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aT는 지난해 10월 경찰청과 학교급식 입찰비리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외 원조도 주력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세안 및 한중일 비상쌀비축협정(APTERR)과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해 쌀 원조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과거 농산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쌀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첫 번째 사례로 국격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국내 쌀 공급과잉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산 쌀 6만톤을 원조할 경우 1만㏊의 농지를 휴경하는 수급조절효과와 같다. aT는 올해에는 APTERR 1만톤과 FAC에 5만톤 등 6만톤의 해외 원조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5월까지 태풍 피해를 입은 베트남과 기아 문제가 심각한 에티오피아에 3만톤을 지원했다.

이 사장은 농산물 가격 급등 시 물가안정을 위해 주로 수입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온 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농산물의 단기수입은 최후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수급 불안정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우리 농산물의 수요처를 확대해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참깨 등 절대 생산 부족 품목에 대한 수입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물가안정을 위한 단기수입은 우리 농산물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잠식할 수 있다”며 “수급관리와 함께 농식품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해 유통 과정의 비용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소감을 묻자 이 사장은 “무엇보다 농어업인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했다. “취임 이후 해외 각국에서 우리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현장부터 국내 비축, 유통 개선, 식품 산업 육성의 현장까지 농식품 산업의 전 과정에서 aT의 역할과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임기 동안 수급안정 및 유통 개선, 수출 진흥, 식품 산업 육성 등 공사 주요사업을 충실이 이행하고 남북 농업협력, 농업의 공익적 가치 창출 등 새로운 비전에도 힘을 쏟고 싶습니다.” /정리=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약력]

△1955년 충남 계룡 △경기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학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석사과정 수료 △농림수산식품부 정책보좌관 △통일농수산 상임이사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원장 △한국사회책임투자 이사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