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이 성소수자 폭로는 학대" 日서 규제 확산

구니타치시 '아우팅 금지' 조례 시행, 쓰쿠바대학 '아우팅은 학대' 규정
커밍아웃 받으면 '3자에게 알려도 좋은지' 확인해야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이태원 인근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드랙 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인이 동성애자나 성전환자(트랜드젠더) 등 성적 소수자(LGBT)라는 사실을 본인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폭로하는 ‘아우팅(Outing)’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구니타치(國立)시는 지난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우팅을 금지하는 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쓰쿠바(筑波)대학도 특정인이 LGBT라는 사실을 고의 또는 악의로 폭로하는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전문가들은 “LGBT 폭로는 당사자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작년 5월부터 LGBT의 권리보호를 촉구하는 조례제정을 추진해온 구니타치시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고 싶은 사람도 있다. 공표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당사자들의 청원이 다수 들어왔다. 아우팅을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례안은 시 의회를 통과해 조례로 확정됐다. 조례 위반에 대한 벌칙은 없지만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공표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구니타치시는 이달부터 월 1회 성적 취향 등에 관한 전화상담을 실시하는 한편 기업이나 교육기관 관계자들에게 홍보팸플릿을 배포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구니타치시에는 전국 20여개 자치단체와 지방의원으로부터 문의가 왔으며 직접 시찰을 오겠다는 연락이 오는 등 조례에 대한 반향이 확산하고 있다. 쓰쿠바(筑波)대학은 올 3월 아우팅은 “자살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고의나 악의로 LGBT를 공표하는 행위에 대해 “학대로 간주해 대처한다”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쓰쿠바대학에서는 과거 여성으로 생활하는 트랜스젠더 학생이 자신의 성별을 ‘남성’으로 기재한 학적부를 주위 사람들이 본 사실을 알고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개정에 참여한 고노 사다유키 교수는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은 국적, 종교와 마찬가지로 배려해야할 프라이버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쿠호도(博報堂)DY그룹 ‘LGBT 종합연구소’가 2016년에 실시한 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5.9%가 LGBT였다. 이 연구소가 337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LGBT임을 고백하는 ‘커밍아웃’ 경험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LGBT가 아닌 친구나 지인에게 고백한 적이 있는 사람은 13.0%, 가족에게 고백한 사람은 10.4%, 직장 관계자에게 고백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LGBT의 인권문제에 밝은 도야마(富山)대학의 하야시 나쓰오 교수는 구니타치시 등의 대책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폭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어 피해 방지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또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도 ‘두사람만의 비밀로 하는게 좋은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도 좋은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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