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은 지 사흘째, 굶주리다 지쳐 배를 움켜쥐고 광주의 새벽 거리를 오갔다. 미식거리는 속 때문에 아스라이 머리가 아려오니 뭐라도 먹어야만 한다는 절박함에 주차된 차량 문에 손을 댔다. 그러다 한순간 ‘덜컥’ 차 문이 열렸다. 눈앞에 보이는 1,400원. 빵이라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없이 적은 돈을 손에 움켜쥐고 도망쳤다. 역시나 1,400원으로 살 수 있는 빵은 턱없이 부족했다. 돈이 더 필요했다. 다른 차량으로 손길을 옮긴 순간, 순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이 나를 덮쳤다.

S(22)군은 지난 3월 22일 오전 4시께 광주 북구 오치동 주차된 차량에서 현금 1,400원을 훔쳤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그는 알 수 없는 사연 탓에 태어나자마자 홀로된 ‘천애 고아’였다. 보육원에서 미성년자를 벗어나기까지 자랐다. 보육원을 떠나야 할 때부터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았다. ‘건강한 몸이 자산’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살아보려고 경남 거제에서 용접 기술을 어깨너머로 터득했다.

기술을 배우며 사귄 사회 선배와 함께 지난해에는 베트남으로 나가 일도 해봤다. 박봉의 일당을 모아 600여만원을 손에 쥐었지만, 어딘지도 모를 고향이 그리웠던 S군은 귀국했다. 귀국 후 잘 아는 형이 땀 흘려 모아온 6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세상살이는 쉽지 않았다.


수중에 남은 돈은 10만원. 어찌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 무작정 거제도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사람 중 좋은 이미지가 남았던 광주사람 덕에 광주가 가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광주에서 지인을 통해 직장을 구해보려 했지만, 휴대전화도 없는 S군은 지인과 연락도 못하고 다시 찜질방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10만원 남짓한 돈은 금세 바닥났고 그렇게 사흘을 굶은 굶주림에 못 이겨 남의 돈에 손을 댔다가 결국 경찰에게 붙잡혔다. 사정이 딱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지만, S군을 보듬어 준 것은 광주사람이었다. 수사과정에서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는 S군을 도울 방안을 찾았다.

광주고용복지플러스 센터와 광주 북구청 복지팀이 만나 S군이 지낼 임시 숙소를 알아봐 주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과 취업도 도왔다. 그는 지난 23일 전남의 한 공장에 생산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처음 출근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어리둥절하다”면서도 “죄인인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준 경찰과 광주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김삼곤 강력 4팀장은 “비록 죄를 저질렀지만, 그도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생각과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돕게 됐다”며 “S군의 절도죄는 생계형 경미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에 따라 감경심사를 받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