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안골 고분군 석실 내부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백제 시대 귀족층이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장(移葬)이나 무덤을 고쳐 묻기 위해 파내는 파묘(破墓)를 했음을 알려주는 자료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함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으로 ‘부여 능안골 고분군(사적 제420호)‘에 대한 정밀발굴조사 결과 백제 시대 귀족층의 무덤과 매장행위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결과 총 4기의 백제 시대 굴식돌방무덤이 확인됐다. 먼저 1호분은 전체 묘광 길이가 1,270cm, 최대 깊이 420cm의 대형급 무덤이었다. 매장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에 사용됐던 석재를 전부 반출했던 것으로 보이며, 정확히 무덤방의 입구까지 뚫어서 석재들을 빼낸 후 무덤 구덩이를 일시에 다시 메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태를 볼 때 당시에 파묘 혹은 이장 등의 행위가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996년에 시행한 발굴조사에도 파묘된 사례를 확인한 바 있지만, 무덤 내부에 사용된 석재를 바닥면까지 모두 반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여 능안골 고분군 /사진제공=문화재청
2호분 역시 굴식돌방무덤으로 전체 묘광 길이가 364cm, 너비 193cm, 잔존깊이 155cm로 능안골 고분군 내에서 전형적인 단면 육각형 무덤 형태이다. 3호분의 단면 사각형 띠는 굴식돌방무덤으로, 전체 묘광 길이가 285cm, 너비 113cm, 깊이 88cm로 능안골 고분군 내에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내부에서 관정과 꽃 모양 장식이 부착된 관고리 1점이 나왔는데, 이러한 출토유물과 돌을 다듬은 형태 등을 보아 상당한 위계를 가진 귀족층 무덤으로 보인다. 4호분은 소형 깬돌을 반원형으로 돌려 무덤의 범위를 설정하였으며, 매장주체부로 추정되는 방형의 윤곽선과 뚜껑돌 일부가 확인됐다. 앞으로 추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