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 /연합뉴스
중국 통신업체 ZTE(중싱통신)의 제재를 완화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미국 의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단순히 ZTE의 제재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재를 더 강화하고 다른 중국 통신업체들까지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의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뒤로 설득하는 방식을 통해 ZTE를 구제해보려 했다가 오히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글로벌 업체들까지도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미국 공화당의 핵심 중진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7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 중국 통신업체들의 미국 내 영업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의원은 이런 내용의 법안이 의회 내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한 ZTE에 최대 1억3천만 달러의 벌금,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제재를 시도하려 하자, ZTE뿐 아니라 모든 중국 통신업체를 추방하겠다며 훨씬 더 강경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루비오 의원은 심지어 미국에서 영업하는 중국 통신업체 모두를 ‘간첩’으로 묘사했다.
앞서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ZTE 제재 완화를 결정하더라도, ZTE가 과거부터 미국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미국의 수사에 협조할 경우에만 의회가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미국 하원은 24일 ZTE를 추가로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미국 정부기관의 ZTE 제조 장비 사용 금지와 함께 국방부가 ZTE와 협력하는 업체들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했다. 법안의 제재 대상에는 하이테라 통신, 항저우 하이크비전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포함됐다.
이처럼 미 의회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ZTE 제재 완화 시도는 불발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간첩’이란 단어가 나올 만큼 미 의회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기술 굴기’를 주장하는 중국 기업들을 향한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