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부모사랑 등 가족의 情 표현한 화양연화(花樣年華) 민화" 눈길

김이경 서울과기대 교수, “문화적 개방성 보여주신 부모님께 고마워 민화 전시회”
예술과 IT 융합의 길 개척해와 ..KAIST 재직 시절 문화기술 프로젝트 시도하기도
“앞으로 민화의 가치와 주제의식을 디지털 퍼포먼스에 접목하는 창작활동 포부”

김이경 서울과기대 교수가 ‘화양연화’를 주제로 한 자신의 민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이경 교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을 표현하는 뜻이잖아요. 바로 부모와 자식 관계를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가정의 달’ 5월에 전통 생활관습을 반영한 민화(民畵)로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을 표현하는 김이경(사진·5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는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가족 간에 서로 상처주며 해체까지 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가족의 가치와 사랑을 묘사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미술협회가 주최한 ‘Seoul Modern Art Show’의 일환으로 ‘화양연화’를 주제로 민화 전시회를 가졌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과기대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에서 IT, 미디어 융합과 전시기술 분야를 강의하고 있다. 런던 유학 시절 무용수들의 인체 크로키 개인전과 ‘모성과 자연’에 관한 그룹전시 등을 통해 서양화의 기법을 익혔다. 그가 한국화와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우리의 전통 기법과 정서로 가족애를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금슬이 참 좋으셨어요. 두 분이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위해주셨죠. 맏딸인 저한테도 혹여 못마땅한 일이 있어도 절대 큰 소리로 혼내시지 않으셨고요. 이번 전시회 때는 격려금도 주시고 여전히 자식들을 챙기세요.(웃음) 이제는 저도 부모사랑을 생각할만큼 철이 든 나이니까 전시회로라도 보답하고 싶었어요.”



베트남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했던 김 교수의 부친은 피부과 개인병원 의사도 하고 대학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8순의 고령에도 페이닥터(월급쟁이 의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모친은 수필작가로 등단해 ‘상사화’라는 작품을 내기도 했다. “두 분이 자유분방하고 문화적 개방성과 다양성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셔 참 고맙죠. 이번 ‘화양연화’ 작품을 보시고는 ‘열심히 했구나’ 라고 하셔서 내심 뿌듯했어요.(웃음)”

김 교수의 민화 전시회는 진흙탕에서도 아름다움을 만발하는 연화(蓮花)와 이별초라고도 불리는 상사화(相思花) 등 25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품은 꽃말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자식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과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자식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아트에이전시인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는 “김 교수의 민화를 보면 훈훈한 가족애를 잘 표현하고 있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예술과 IT(정보기술)를 융합한 길을 걸어왔다. 발레와 현대무용, 의상디자인, 시노그라피(Scenography·공연디자인)를 전공하고, 디지털 기술 및 미디어를 무용이나 복합극에 접목하는 디지털퍼포먼스 분야를 개척해와 스스로 ‘새로운 것에 끝없이 도전하는 융합예술가’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는 “전통 예술인 민화를 다른 장르의 감수성과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회화 스타일과 표현 방식을 개척하고 싶었다”며 “디지털 미디어를 민화에 접목하고 민화의 가치와 주제의식을 디지털 퍼포먼스에 접목하는 새로운 창작을 하는 게 포부”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디지털퍼포먼스, 디지털패션, 공연기획·디자인, 문화기술 프로젝트 등을 가르쳤다. 카이스트 DMC산학협력센터장과 카이스트·고양문화재단 디지털퍼포먼스센터장을 할 때는 예술과 IT를 접목해 미래세상을 그린 ‘신타지아(Syntasia·Synthesis(융합)+Fantasia(환상)) 공연의 안무와 의상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이화여대에서 무용(발레)를 전공하고 패션디자인으로 석사를 한 뒤 영국 런던예술대(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발레 등 현대무용과 의상 디자인, 시노그라피 예술 디렉터 과정을 공부해 MA(Masterof Arts)를 한 게 바탕이 됐다.

김 교수는 “예술 장르 간의 융합과 다원적 문화의 혼합화가 21세기의 추세”라며 “영역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노력과 집합적 창의성이 미래를 이끌어내는 동력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