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 60여명, 미얀마 추가 귀국…송환 본격화는 '글쎄'

난민 대다수, 신변안전·시민권 요구하며 송환 거부
미얀마 거주 여부와 반군활동 전력 등 까다로운 잣대 들이대
방글라데시 우기 맞아 산사태 등 위협 많아, 인권단체는 시민권 부여 압박

방글라데시 피난길 오른 로힝야족 모자의 사진이다./출처=연합뉴스

‘인종청소’ 논란이 일었던 미얀마군의 반군 소탕전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던 로힝야족 난민 60여명이 귀국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 남은 70만명의 대다수 난민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홍수로 생명이 위험에 놓였음도 선뜻 미얀마로의 귀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국가자문역실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던 로힝야족 62명이 돌아와 난민접수센터로 옮겨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공식 절차 없이 국경을 넘어 미얀마 내 원거주지로 향하다 체포됐으나, 지난 26일 윈 민트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 풀려났다고 국가자문역실은 설명했다. 당국은 미얀마 거주 여부와 반군활동 전력 등의 신변확인 뒤 이들을 라카인 주 마웅토 지역의 난민 수용소로 이송할 계획이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와 난민송환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난민송환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로힝야족 일가족 5명이 처음으로 돌아온 데 이어 이번에 60여명이 추가로 귀국했지만, 대다수 난민이 신변안전 보장과 시민권 등을 요구하며 송환을 거부한 이유에서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이민자로 분류돼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과 불교도 간에 유혈충돌로까지 번져 200여명이 숨지고 14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작년 8월부터는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이 격화해서 인종청소로 둔갑해 수천명이 살해되고 70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귀를 닫고 있다. 아울러 미얀마는 난민을 송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는 모순되게 미얀마 거주 증빙 서류와 반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에 눌러앉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런 가운데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는 조만간 다가올 우기(雨期)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에선 본격적인 몬순 시즌을 앞두고 간헐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콕스바자르 난민촌 인근 숲에서 땔감을 구하려던 로힝야족 난민 소녀가 토사에 깔려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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