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형제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S&C는 한화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로 그동안 한화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한화그룹은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IT서비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스틱인베스먼트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한화S&C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한 뒤 존속법인의 사명을 에이치솔루션으로 바꿨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3월 한화S&C에 대해 직접지배가 간접지배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해소된 것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결국,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핵심은 결국 3형제가 보유한 한화S&C의 지분을 줄여 간접지배 논란마저 없애는 것이다. 한화그룹 역시 이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물적분할 당시에도 한화그룹은 추가적인 지분 축소 방안을 실행하기로 약속한 바도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크게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합병 △한화S&C 상장 △한화S&C 지분 매각 등을 거론하고 있다. 우선 ㈜한화와 에이치솔루션 간의 합병은 사실상 한화그룹을 하나의 계열로 묶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100%를 보유한 3형제의 ㈜한화와 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사인 에이치솔루션의 가치 평가가 쉽지 않고 합병비율과 관련해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자칫 합병비율과 관련한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S&C의 상장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스틱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한화그룹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상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대주주의 지분도 낮아지게 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시점을 찾아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 만큼 당장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공개에 기존 투자자가 찬성할 지 의문인데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새로운 대안인 마냥 정부에 제시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한화S&C의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기 위한 추가 지분 매각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할 지 내부 계열사에 매각할 지는 불확실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없으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화테크윈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방산업체 한화시스템과 한화S&C간의 합병을 통한 지분 희석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화시스템과의 합병으로 한화그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도 한화그룹이 논란을 없애려고 하는 의지만 보여준다면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한화그룹도 단계적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