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판문점 실무협상] 6자회담 수석 지낸 성김-대미외교 30년 최선희 '진검승부'

-누가 나서나
후커 보좌관·슈라이버 차관보 가세
미국내 '한반도통' 3인방 총출동
北은 최강일 부국장이 崔 부상 보좌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에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왼쪽부터) 외에도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여부를 좌우할 비핵화 실무회담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싱가포르 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띤 실무 협상단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 6자회담 수석대표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인 성김(58) 주필리핀 대사가 한반도로 돌아와 중책을 맡았고 북한에서는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에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그를 상대로 29일까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인다.

북미 실무회담의 미국 측 대표로 발탁된 김 대사는 미 국무부 내 최고의 대북 전문가이면서 민주·공화당 정권에서 모두 주요 보직을 지낸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도 강력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출생인 김 대사는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한국어와 영어에 두루 능통한데다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와 주한 미국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잇따라 역임해 북한 당국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협상가로 알려진 그는 고차방정식인 ‘비핵화 로드맵’을 풀어낼 최적임자로 워싱턴 외교가의 신망이 높다.


김 대사와 함께 대표단에 포함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미국 내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미국의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삼각 축인 백악관·국무부·국방부에서 한반도 이슈를 다뤄온 핵심 관계자가 모두 대북 협상에 나선 셈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을 수행한 후커 보좌관은 트럼프 정부에서 북측과 접촉한 몇 안 되는 고위 관리다. 백악관에서 북핵 실무를 총괄하는 그는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등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당시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 보장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실무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일하며 2003~2004년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미국측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카운터파트너로 북한의 실무회담 대표로 나선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왼쪽)과 함께 참여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연합뉴스

이들 미국 대표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요구에 맞서 북측이 방패로 내세운 최 부상은 1990년대 말부터 북미회담과 6자회담 등 주요 협상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대미 외교의 한우물을 파온 전문가다. 북미의 비핵화 실무 대표가 모두 전문 외교관 출신인 셈이다. 올 3월 승진한 최 부상은 지난해 외무성 북미국장 겸 미국연구소장을 지낼 때 트럼프 정부와 1.5트랙 협의 등으로 협상에 물꼬를 트려 애썼던 대화파로 분류되지만 24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비난 담화를 주도하며 ‘악역’을 불사하는 대담함을 과시한 바 있다.

최 부상을 보좌해 북측 실무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은 최근 대미·대남 협상의 북측 최고 실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수행하며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바 있어 이번 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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