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리포트] 5월은 ‘바다의 달’

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
바다식목일·바다의 날…파랗게 멍든 바다 기억해요


흔히 5월 하면 ‘가정의 달’을 떠올린다. 하지만 5월은 또 다른 의미에서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달이기도 하다. 바다식목일(5월10일)과 바다의 날(5월31일)이 지정돼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먼저 5월31일 바다의 날은 바다의 경제적·산업적 중요성을 알리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지난 1996년 법정공휴일로 제정됐다.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한 것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張保皐)가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5월10일 바다식목일의 경우 최근 급격히 전개되고 있는 바다 생태계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다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바다 생태계가 황폐화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에 따르면 동해 연안의 62%, 남해 연안의 33%, 제주 연근해의 35%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다. 이는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달하는 1만8,791㏊의 바다가 사막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연안 오염 등의 영향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어장이 황폐화하는 현상이다. 어류의 산란장과 서식공간 역할을 하는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며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어획량 감소와 어업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바다식목일과 바다의 날을 제정해 바다자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역시 바다 생태계 및 수산자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해 2년 주기로 수산 분야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수산업보고서(OECD Review of Fisheries)를 발간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수록된 OECD 주요 국가들의 어획량 변화 추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OECD 국가들의 바다 생태계가 황폐화하고 있음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OECD 주요 국가들의 어획량은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5년 어획량은 1995년 대비 30% 정도 감소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러한 어획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수산자원의 고갈과 함께 수산자원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위기의 바다 생태계

여의도 면적 65배 바다 ‘사막화’

어류 산란장·해조류 생존 방해

어획량·어업 소득 감소 야기

두 날 제정해 바다 중요성 환기

☞ 심폐소생 나선 OECD주요국

수산자원 감소에 양식업 활성화

회원국 생산량 연평균 2.1%씩↑


치어 방류·인공 조형물 설치 등

자원 회복 위해 인프라 적극 투자

현재 OECD 주요 국가들은 바다 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개별 어업인에 대한 지원은 줄이는 반면 수산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연구개발(R&D), 어업인 교육·훈련 등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를 위해 야생 개체 수 증대를 위한 치어(hatchery-grown) 방류와 생태계 기능 복원을 위한 인공조형물 설치 등 인프라 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우리와 바다를 접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치어 방류 등 수산자원 조성 방안을 담은 제7차 양식 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수산자원의 산란지역을 파악해 해당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역시 지속 가능한 어족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어 방류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이 같은 바다 생태계 보존 작업과 함께 부족한 어획량을 벌충하고 안정적으로 수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양식업(aquaculture)에 주목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전체적인 양식업 생산량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5%의 성장세를 보이다 2011년 이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2.1%로 가속화되는 추세다. 현재 양식업 부문이 가장 활성화된 국가는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중국이 1,320억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칠레, 노르웨이, 일본 등이 양식업 생산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국가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미국의 경우 지속 가능한 양식업 발전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0년까지 양식업 생산을 최소 50% 이상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양식업 육성을 위한 유럽해양수산펀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바다 생태계 보존과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가 전개하고 있는 노력 역시 여타 OECD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어획 생산량과 생산액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벌충하기 위해 양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양식 부문의 생산량·생산액은 각각 연평균 3.2%, 4.5% 증가하고 있다. 어업 부문에 대한 지원 형태 역시 OECD와 마찬가지로 개별 어업인에 대한 지원(5,300만달러)보다 인프라 투자와 R&D 등 일반 서비스 형태의 지원(3억7,300만달러)이 대부분(88%)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2015년 기준으로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연간 58.4㎏로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국가다.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 만큼 수산자원 역시 가장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국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