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26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라고 압박했다. “노조를 탄압하는 ‘악덕 기업’에 기금을 투자하지 말라”는 요구다. 기금 운용에서 안정적 투자수익이 필수인 만큼 우량기업 투자가 불가피한 고용부로서는 노동계의 요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29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 예방심의위원회에서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도 두지 않는 삼성전자 같은 악덕 갑질 기업에 고용 관련 기금을 투자하는 게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수익보전도 중요하지만 고용부는 더욱 모범을 보여 (투자를 멈춰) 달라”고 주문했다. 노총의 요구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부당노동행위·갑질 논란 등이 불거진 대기업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에 대한 많은 (부정적) 평가가 있어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만 안정적 수익을 위해 코스피지수를 추종할 수밖에 없고 (코스피) 상장 상위기업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이 고용부에 기금 투자방향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 기준 15조8,000억원 규모의 산재보험기금과 10조1,000억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부담하는 보험료가 토대지만 산재보험기금은 보험료 전액을 사업주가 낸다.
노동계는 고용부가 운용하는 기금 전반에 대해 대기업 투자 중단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고용보험기금에 대해서도 노동계가 비슷한 요구를 전해왔다”고 밝힌 뒤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투자는 필수”라며 “노동계의 주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