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시달리던 70대 부인이 남편을 숨지게 했다./출처=이미지투데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지팡이로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부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6·여)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며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존귀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만 “A씨가 B씨로부터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이 범행 또한 B씨의 폭력적 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유족들이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배심원의 양형 의견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6명은 A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3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양형 의견을 내놓았다. 배심원들은 A씨가 저지른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고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며 재판부도 A씨의 살인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아파트에서 남편 B(당시 79세)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쓰러진 남편을 두고 양로원에 다녀온 뒤 같은 날 오후 7시께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가족들에게 알린 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말 고관절 수술을 받고 치매 판정까지 받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수십 년간 술을 마시고 폭행과 폭언을 해왔는데 또 다투게 돼 화를 참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