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의장 "양승태 사법부 반헌법적 행위... 엄정조치 촉구"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을 규탄하며 다음달 11일 예정된 회의에서 이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리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번 조사결과 드러난 헌정유린행위 관련자들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최 부장판사는 특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의 추진 등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성향과 동향, 심지어 재산관계까지 파악하고 학술활동 자유를 침해한 것은 반헌법적 행위”라며 “과거사 국가배상 제한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정리해고 사건 등의 재판 결과를 ‘사법부가 그 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온 내용’으로 설명하는 등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통해 사법부 스스로가 그 존재 근거를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최 부장판사는 또 “언론에 따르면 KTX 승무원 사건의 원고 중 한 분은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절망감과 빚 부담으로 힘들어하다가 직접 생을 마감했다”며 “그때 3살이던 고인의 딸은 이제 6살이 돼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엄마를 찾는다는데, 도대체 누가 이를 보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끝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법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다”며 “이번 조사결과가 법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국민 여러분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1차 조사 결과가 부실했다며 사직서를 던지기도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 달 11일 경기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농단과 조사보고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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