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기자로부터 신발 세례를 받은 것이 그런 사례다. 부시 대통령이 잽싸게 피해 맞지는 않았지만 신발투척 사건은 이슬람의 신발 경시 문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12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방문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차량 이동 도중 신발 세례를 받기도 했다. 유엔이 이스라엘 편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의 푸마가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독립 40년 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운동화에 UAE 국기 문양을 넣었다가 ‘국가모독’으로 비쳤던 것이다. 푸마는 결국 한정판 운동화를 전량 리콜했다.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가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서구에서 신발의 숨은 코드는 저항이다. 태업을 의미하는 사보타주(sabotage)는 프랑스어로 나막신인 ‘사보(sabot)’에서 연유한 말이다. 중세시대 봉건 영주의 가렴주구에 항의하기 위해 농민들이 농산물을 사보로 밟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발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저항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신발을 한데 모으면 ‘침묵의 항의’를 뜻하는 퍼포먼스가 된다. 그제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서 한 시민단체가 ‘팔레스타인의 삶은 중요하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신발시위를 벌였다. 의회 앞에 늘어놓은 신발 4,500켤레는 10년 동안 가자지구 분쟁으로 숨진 희생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미국이 최근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후 가자지구 유혈충돌이 격화할 조짐이다. 피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 주인 잃은 신발이 또 얼마나 나뒹굴지 걱정스럽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