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신흥국 위기 심화...인도네시아, 또 기준금리 인상

2주도 안 돼 0.25%P 올려
美 금리인상 예고에 선제대응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2주도 안 돼 또 기준금리를 올렸다. 다음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자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30일 기준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4.5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7일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날 중앙은행이 비정례 통화정책회의까지 열어 금리를 올린 데는 외환위기 발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고려해 다음달 27~28일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이날 특별회의를 소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달 12~1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한 만큼 인도네시아가 선제 대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미국발 긴축에 따른 외국인 자본 이탈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1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1만3,000루피아 내외였던 루피아화 가치는 신흥국 위기가 심화하던 지난달 19일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23일 달러당 1만4,209루피아까지 추락했다.

이날 다른 신흥국 금융시장은 유럽발 불안이 맞물리면서 대체로 내림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증시의 KLCI 지수는 전일 대비 3.18% 하락한 1,719.28에, 필리핀종합지수도 1.74% 내린 7,470.14에 각각 장을 마쳤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29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66% 내린 24.8689페소를 기록했다.

한편 아르헨티나·터키발 신흥시장 불안이 동남아시아로 퍼지면서 이 지역 중앙은행들은 속속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19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하고 “추가 조치에 대비돼 있다”는 성명을 내놓았으며 인도 역시 조만간 금리 인상 등 긴축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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