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의 ‘산별 중앙교섭’ 협상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예외직무를 두고 노사 간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용자협의회는 업무 특징상 기업대출·대외협력 등 핵심부서부터 경비·청소 등 용역직까지 예외직무를 넓게 본 반면 금융노조는 “‘근무를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대폭 축소를 주장했다. 협상장 안팎에서는 제도 시행 전까지 접점을 찾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이날 갈등은 근로단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의 준비상태는 허술하기 그지없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수면 위로 부상한 노사 충돌, 부작용 대책 마련에 소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기업이 더 우왕좌왕한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특근·야근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 생산직의 반발이 물밑에서 끓고 있다. 한 중견 업체 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생산직 중 30%가량이 월 최대 70만~80만원 가량 월급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임금협상도 이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사측은 특정 시기에 몰리는 업무에 대처할 수단이 궁하다.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2~3년에 한 번인 정기보수 업무를 위해 인력을 충원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신제품·신기술 연구개발 직군에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최대 6개월간 업무 조정이 가능하도록 숨통을 틔워놓았다. 하지만 여름철 에어컨 수리, 마케팅 부서 등 계절 특수, 제품 수명과 연계된 직군에서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균 주당 52시간 근로를 맞춰야 하는 탄력 근로 시간제의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늘려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끝내 외면한 결과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탄력 근로 시간제 개편 무산으로) 강성인 노조와의 협상에서 지렛대가 없다”며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 감소도 (기업에서) 보조해야 하느냐”고 했다. 중견 업체의 한 임원은 “부서 간 위화감에다 외근이 잦은 영업직 등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직군에서 반발이 더 크다”며 “(사측 입장에서) 비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노사 갈등의 불씨만 키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훈·손구민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