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대엘리 CB 발행 위법성 검토

"경영권 강화 위한 우회 발행"
경제개혁연대 의혹 제기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기로


금융당국이 일각에서 제기한 지난 2015년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전환사채(CB) 발행의 위법성 검토에 나선다.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 발행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CB 발행 당시 밝혔던 목적을 잘 준수했는지에 대한 확인뿐 아니라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촘촘히 살펴 볼 계획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CB 발행 위법성의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현대엘리베이터가 2015년 2,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대그룹 오너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회 발행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CB 발행의 위법성 조사를 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가 보낸 공문 내용을 보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CB 발행 당시의 발행 목적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촘촘히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5일 제35회 무보증 사모 CB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가능 주식 수는 총 385만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만3,112원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듬해 12월 전환사채의 40%에 해당되는 871억원(168만6,846주 상당)어치를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했고 같은 날 그룹 오너와 현대글로벌과 상환된 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벌은 그룹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외관상 현대엘리베이터는 제3자 배정 방식의 CB를 발행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라며 “사실상 ‘분리형 BW’를 발행하고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 회장 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제3자에 대한 CB 및 BW의 발행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경영상의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BW 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 되자 상장사의 경우 분리형 BW의 사모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위법 여부 조사를 요구한 경제개혁연대는 “현행법에서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는 CB 발행이라는 외관을 빌려 지배주주인 오너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초 사실관계가 전혀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경제개혁연대의 공문을 받지 못해 명확한 논리를 알 수는 없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상법상 금지하고 있는 BW를 발행한 것은 아닌 만큼 법률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법 위반이 아닐 경우에는 ‘루프홀(법률상 허술한 구멍)’을 이용한 편법 발행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지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가 보낸 공문에 기재된 내용을 명확히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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