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 "판결 뒷거래 의혹...즉각 재심을"

공대위, 대법 판결 불복 회견
"피해금액 최소 10조원인데
상고법원 노려 판결 뒤집어"

조봉구(오른쪽 여섯번째)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앙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수사와 키코 판결 재심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키코 피해기업 공대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키코(KIKO) 판결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키코 피해기업인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와 함께 재심을 요구했다. 키코 피해기업인들은 지난 4월에도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 7곳을 검찰에 재고발하는 등 2013년 대법원의 키코 판결을 둘러싼 불복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 대책위원회는 3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사건은 대표적인 금융 적폐 사건”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과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들의 구속 처벌과 키코 사건에 대한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파생금융 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1,000여개 수출 중소기업은 환율폭등으로 피해를 본 뒤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며 은행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공대위는 “고등법원에서 많게는 70%까지 승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2013년 9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키코 상품의 본질에 대해 헤지 부적합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기 또는 착오로 인한 취소 등 기업 측이 주장한 무효 또는 취소 사유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 내용이 결국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합작품이고 거기에 많은 이익 집단들이 함께 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키코 사건을 맞바꾸려 한 문건을 공개했다”며 “사실상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코 공대위는 키코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최소 10조원, 도산과 상장폐지 등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과 2차 피해기업까지 포함하면 2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키코 공대위는 “키코 재판거래로 인해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했지만, 기득권 세력은 국가 경제발전을 이유로 키코 사건의 책임을 중소기업에 돌리는 데 앞장섰다”며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할 사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키코 사건을 이용한 것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키코 사건의 재심과 법원행정처 파일 공개, 양 전 법원장의 구속수사, 키코 사건 담당이었던 이종석 판사의 대법관 후보 사퇴, 대법원장의 피해기업 면담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건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당시 시중은행의 권유로 많은 중소기업이 가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2008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상 문제가 없다고 결정하면서 피해기업은 은행 측과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1심과 2심에서 기업과 은행들의 승패가 엇갈렸고, 2013년 9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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