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묵고 있는 싱가포르 호텔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전날까지 경찰 순찰은 없었다. /연합뉴스
31일 싱가포르에서 사흘째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진행 중인 양측 실무 대표단이 철저한 보안 속에 회담 장소와 정상 숙소 등 회담의 실무적 ‘선택지’들을 좁혀가고 있다.
북측 실무팀 수석대표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현지시간)께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떠나 모처로 이동했다. 취재진이 그가 평소 이동하는 주차장 연결 통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장의 벤츠 차량은 다른 경로를 이용해 호텔을 떠난 것으로 보여졌다. 이날도 김 부장은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과 모처에서 만나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전날 오후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미측 실무팀 숙소인 카펠라호텔에서 기자들의 접근을 통제한 채 4∼5시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호텔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했다. 하지만 북미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엔 진입로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함에 따라 각국 취재진은 김창선 부장의 벤츠 차량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양측이 카펠라호텔에서 단순히 의전 등에 대한 협의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4시간 이상 김창선 부장이 호텔에 체류하면서 양측이 회담의 의전, 경호 등 실무를 논의하는 동시에 회담장 또는 정상 숙소로서 카펠라 호텔의 적합성을 점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호텔부지 안에서 김 부장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호텔 안팎을 점검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기의 회담이 열릴 장소 후보의 하나로 카펠라호텔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 미국 실무팀이 같은 날 오후 샹그릴라호텔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싱가포르 현지 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싱가포르 유력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회담장소로 샹그릴라호텔, 미국과 북한 정상 숙소로 현재 실무팀이 체류 중인 카펠라호텔과 풀러턴호텔이 각각 유력하다고 보도하면서 북미 양측의 회담장 및 숙소 선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미 실무대표팀은 자국 정상의 경호 문제 등이 걸린 협의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최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로우키(low key·절제된 대응 기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김 부장은 30일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오갈 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며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헤이긴 부 비서실장도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김 부장이 숙소를 오갈 때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찍으려는 취재진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호텔 보안요원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북한 실무팀 숙소인 풀러턴 호텔 로비에는 한때 각종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관이 대기하기도 했다.
/한상헌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