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과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이대로는 경제의 활력 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 내수시장을 키우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내년은 이보다 0.2%포인트 떨어진 2.7%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로 제시했고 최근까지도 이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KDI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근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는데 지난해 말 전망치를 낼 때 추경을 가정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경제전망을 0.1%포인트 하향한 셈이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급등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되는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은 억지로 유지됐지만 부문별 진단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우리 경제의 균열이 관측됐다. 지금 당장은 세계 경제호황에 기대 반도체 등 수출업종의 선전으로 불안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조개혁을 늦추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KDI가 진단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을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본다.
①반도체 쏠림 위험 수준, 구조개혁 서둘러야=KDI는 “산업 간 불균형 성장과 이에 따른 고용 창출력 악화에 대응해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등 수출 주도업종을 제외한 자동차·조선 등 주력업종의 부진을 염려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중국의 기술 추격, 수입대체산업 육성으로 수출에 기대는 한국 경제의 대외경쟁력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전개된다고 KDI는 판단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도 기존 30만명 안팎에서 20만명 중반으로 내려 잡고 실업률은 3.7%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인적·물적자원을 재배치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득 불평등 완화나 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 노력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혁신성장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진단으로도 해석된다.
②서비스 규제 풀어 고용·내수 잡아야=KDI는 특히 서비스 산업에 주목했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최근 소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와 관련된 서비스업 경기의 본격적인 개선은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수요가 일으키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 증가→소비 증가→ 경기 개선→생산 증가’로 선순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소득이 늘더라도 현재 한국의 현실은 소비 증가로 연결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여행 등으로 소비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서비스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근본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KDI는 “규제개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면 국내 경기를 개선하고 고용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③세수 풍년 내년 장담 못 해…국채 상환부터=정부의 지속적인 재정확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올해까지 초과세수가 상당하지만 내년에도 지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세수입은 7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9,000억원 더 많다. 이 같은 세수 풍년은 기업 성장과 이에 따른 법인세 확대, 소비 증가에 따른 부가세수 유입 등의 결과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의 불안한 성장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 올해 3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초과세수를 확장적 재정 정책에 운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정건전성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풍부한 세수에 기대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DI는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이나 경기 둔화에 따라 재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초과세수는 국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