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화려한 '수출 반등'

사상첫 3개월째 500억弗 달성
한달만에 두자릿수 늘었지만
반도체 호조·유가상승 착시 여전
물량 기준으로도 1.9% 증가 그쳐


1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던 우리 수출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선박 수출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사상 최초로 500억달러 행진을 3개월 이어가면서 수출 호조세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로 인한 착시, 그리고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단가 상승 효과 등이 섞여 있는 만큼 호조세로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 실적은 50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5% 증가했다. 실적 규모로는 역대 5위 수준이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500억달러 실적 행진도 사상 최초로 3개월 연속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1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던 우리 수출은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었다. 원인은 전년 급증했던 선박 수출로 인한 기저효과였다. 지난해 4월엔 54억5,000만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2척이 수출됐다. 이달 들어서도 선박 수출이 전년 대비 67.1% 감소했지만 반도체(44.5%)와 일반기계(15.8%), 석유화학(43.3%), 석유제품(38.3%) 등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한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셈이다.

또 이달엔 수출 실적이 사상 최초로 3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연초부터 ‘원고’ 행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금액 기준 수출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원화표시 수출도 전월 대비 8.6%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수출이 대폭 늘었다. 대중국 수출은 138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30.0%, 인도도 13억7,000만달러로 18.9% 각각 증가했다. 다만 대베트남 수출이 8.4% 줄면서 아세안 지역 수출도은전년 동월 대비 2.2% 뒷걸음질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가 호조를 보였고 국제유가와 주력 품목의 단가상승, 반도체 등 정보통신 경기 호조 등으로 5월까지의 누적 수출 도 2,646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도체의 경우 108억5,00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월(108억달러)에 이은 두 번째 100억달러 돌파다. 전년 대비 33억3,900만달러가 늘었는데, 이는 전체 수출 증가액(60억5,000만달러)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효과도 컸다. 지난해 5월 1배럴당 50.7달러(두바이유 기준)였던 국제유가는 74.4달러로 46.7% 올랐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단가는 1톤(t)당 1,195달러에서 1,424달러로 19.2%), 석유제품은 60.2달러에서 85달러로 41.2% 각각 상승했다.

겉은 화려하지만 ‘빈 수레’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 요인을 제외한 수출 물량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9%에 불과했다.

한편 5월 수입은 442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6% 늘었다. 무역수지는 67억3,000만달러로 7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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