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90% 효과' 맞나] ①소득증가- 취약층 고용급감·38만개 일자리 감소 눈감은 '반쪽 설명'

② 수요확대 도움됐나
1분기 근원물가 상승률 감소...소비증가 효과 불분명
③ 고령화가 주요 원인?
노인층 최저임금 1% 오르면 채용 10%↓ '취약'
④ 근로시간 영향 있나
3월 평균 근로시간 5% 줄어...일용직은 6.4%나
⑤ 임금 늘었다고?
자연 증가분...소득주도 성장 효과 입증 힘들어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 임금이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늘었다”며 “상용직도 많이 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최저임금 증가,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라고 자신했다.

청와대는 1·4분기 가계동향조사가 근거라고 밝혔다. 최근 나온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도 비슷하다. 임금을 다루는 노동력 조사에서 임시·일용근로자의 3월 월평균 임금총액은 157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4.9% 올랐다. 여기서는 임시일용직 종사자도 5만명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저임금 효과가 90%다”라고 자신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다. 가구와 근로자의 소득, 분위별 소득을 봐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효과를 둘러싼 5가지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①일자리 감소를 뺀 소득증가 설명…취약계층은 고용급감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는 사업장이 있는 근로자가 조사 대상이다. 가정교사나 포장마차, 대리운전 기사 같은 서민층 일자리는 빠진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노동시장 동향을 보려면 통계청 자료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취약업종인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은 올 들어 4월까지 전년 대비 취업자가 38만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도 3개월 연속 10만명대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일자리 감소는 빼고 소득 증가만을 언급한 반쪽짜리 설명을 했다. 고용감소가 모두 최저임금 탓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저임금이 50% 오르면 저생산성 직군 실업률이 31%까지 치솟는다는 연구도 있다.


②수요확대에 도움됐나? 소비증가 효과 불분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각각 2.9%와 2.7%로 내다봤다. KDI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나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이 부진하면서 1·4분기 서비스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에 그쳤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0.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 압력도 크지 않다.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 1·4분기 1.2%, 지난달에는 1.4%였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증가→소비확대(수요증가)→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증가’가 기본 틀이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이 올 상반기에는 조금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감소하면서 내년에는 효과가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③고령화가 주요 원인인가? 노인층 최저임금에 가장 취약

정부는 소득 1분위(하위 20%) 가계의 소득감소가 70대 이상 고령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4분기 36.7%였던 70세 이상 가구 비중은 올해 43.2%까지 뛰었다. 하지만 전체 가구에서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5%에서 12.6%로 1.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는 이에 대한 힌트를 준다. 그는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최저 실질임금이 1% 오르면 임금 하위 5%에 속하는 근로자의 채용이 10.6% 감소한다고 밝혔다. 반면 30~54세는 -7.0%, 29세 이하는 -6.4%다. 특히 여성 하위 5%는 일자리가 34.6%나 급감한다.


④근로시간 영향 있나? 임시일용직 근로시간 감소

근로시간도 감소하고 있다.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 3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69.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시간(-5.1%) 줄었다. 고용부는 근로일수가 0.9일 감소한 게 원인이라고 했지만 상용직이 5.1% 줄어들 때 임시·일용근로자는 6.4% 감소했다. 정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과의 관계는 판단이 어렵지만 근로시간은 확실히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로시간 감소는 최저임금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⑤임금 올해만 늘었나? 자연증가분에 최저임금 더해져

청와대는 전반적인 근로소득 증가를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내세웠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매년 오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 올해 임금상승률을 3.8%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2.7%였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은 당연히 오르는 것이지 이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임금 증가를 소득주도 성장으로 내세우려면 수요 확대와 경기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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