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숨겨진 경협주 찾아라"]덜 올랐지만 잠재력 큰 경협주 주목...코리안리·CJ대한통운 등 유망

獨 통일 후 지수 30% 급락 불구
재보험사 주가는 되레 50%P ↑
공장설립 등 새 사업때 가입 필수
재보험 업종 중장기적으로 부각
금융·물류·음식료·의약품 업종도
새 시장 열리면 수요 크게 늘듯


#1990년 독일 통일 전후 주요 기업별 주가 지수를 보면 ‘뮌헨리 재보험’사 주가는 통일 후 3년간 인덱스 대비 50% 포인트 상승했다. 독일 증시는 통일 기대감으로 1990년 8월을 고점으로 통일 시점인 10월에는 두달 만에 고점 대비 31%나 급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추락한 지수는 통일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3년 5개월이 걸렸다. 전체 지수가 마이너스를 헤어나오지 못 한 3년여 동안 뮌헨리 재보험은 나홀로 독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주가 이외에도 이익 정도를 보여주는 일반보험 경과보험료 증가율 역시 1990년 이전 3년 연평균 5%대에서 1993년에는 10.9%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시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훈풍이 불자 경협관련주들은 52주 신고가(1년내 새로운 최고가격)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비운의 일가로 꼽히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범 현대가(家) 주가에 심폐소생술을 한 것 역시 경협이다. 범 현대가 기업들은 남북경협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현대로템, 현대제철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장외주식인 K-OTC종목인 현대아산은 연초 3,000원대에서 최근 5만원 이상까지 급등했다. 남북경협 수혜의 중심인 건설주는 한달 사이 30%가 올랐다. 올해 초까지 해외사업 부진으로 건설 주가가 하향 그래프를 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세가 남북경협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문제는 경협주가 단기과열로 올라타기에는 이미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아직까진 본격적인 경협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잠재력을 가진 한국판 뮌헨리 재보험을 찾아야 할 때다. 증권업계가 주목하는 숨겨진 남북경협주도 재보험업종이다. 남북경협과 관련 공단, 자원, 항만, 철도 등 어떤 사업이 본격화하더라도 일반보험이나 재보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상하고 있는 철도·전기·건설사업의 선행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어떤 남북경협을 예상하더라도 일반보험과 재보험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충분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를 들어 공장 설립시 설계업자 전문배상책임보험, 건설시 기술보험, 자재 운반시 해상·적하보험, 건설 완료 후 재물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등의 가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과거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1994년 10월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에 경수기 2기 건설사업이 전개됐을 당시 보험료 규모가 9,000억원대로 추산됐다. 그 무렵 국내 보험료 규모가 1조2,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며 경수기 전개 사업이 이의 75%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큰 규모다. 독일 통일 이후 주요 기업 주가 수익률을 보면 재보험은 통일 1년차인 1991년 1.1%, 2년차 11.8%, 3년차에는 44.4%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리안리의 목표가를 1만6,000원으로 신규제시하며 추천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리안리는 글로벌 요율 상승 전환이 확인된 동시에 중장기 남북 경협에 따른 수혜 또한 부각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경협 구체화시 일반보험 성장 잠재력 또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이외에 금융주도 노려볼 만하다. IBK투자증권은 남북경협의 수혜를 입을 금융주로 KB금융지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꼽았다. IBK투자증권은 “남북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을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인프라금융 주선 등을 통해 금융사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한과 북한의 육로가 열려 러시아까지 연결되면 물류업도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업계에서는 북한을 통해 유럽대륙으로 물량을 운송하는 ‘유라시아 실크로드’에 주목하고 있다. 유라시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5%가 거주하고 있다. 국내 물류업체 중 가장 앞선 곳은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러시아 기업 페스코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TSR 접근권을 획득했다. 페스코는 자사 운송 인프라를 활용해 유라시아 물류 핵심인 TSR 운송사업에 CJ대한통운이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음식료업종도 수혜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음식료 기업들이 공급과잉때문에 판매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등 이익이 정체된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 수요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엔 대북제재에서 해제될 수 있는 우유, 분유 관련 기업의 수혜를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조사업은 정부 주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 편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음식료업종에서 닭고기, 돼지고기 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려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최근 우리손에프엔지, 팜스코, 이지바이오 주가가 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남북 경협 수혜주로 필수 소비재인 음식료업종이 거론되지만 북한에 당장 소비여력이 없어 수혜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섞인다.

경협 이전에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의약품 업종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건의료 분야는 국제연합(UN)의 대북 제재안에 포함되지 않아 가장 먼저 협력할 분야일 가능성이 높다. 결핵, 말라리아 등 북한 내 의료 상황이 좋지 않은 까닭”이라며 “대북 지원 수혜 측면에서 일반 의약품, 결핵 관련 의약품 등이 조명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