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철수 혹은 주둔 '70년 밀당史'… 북미정상회담 앞둔 주한미군의 운명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하며 주둔 시작
베트남전 겪은 美, 한때 한국서 철수 검토
절대적으로 의지하던 韓, 1990년대 이후 기류 전환
1994년 평시작전권 가져왔지만 전작권은 아직 미군에
트럼프, 방위비분담금 거론하며 주한미군 감축 추진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대립과 평화의 역사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주한미군. 한국과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 왔어.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1945년 미군은 처음 한반도를 밟았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1949년 고문단만 남겨두고 철수를 했지만 1950년 6·25전쟁이 터지면서 다시 한국에 왔지.

이때만해도 한국은 주한미군을 향한 해바라기.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어. 말이 상호방위조약이지 당시 상황으로 보면 미군이 한국에 남아 우리를 지켜달라는 거였지. 이 조약은 지금까지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로 남아있어.

3년 간의 전쟁이 끝나고 한국에 있는 미군의 수는 48만명 규모에서 10만명 아래로 뚝 떨어졌어. 사실 미국은 이때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생각을 했던 것 같아

특히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당시 베트남전을 끝내는 게 지상과제였지 한국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 1977년 재임하기 시작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아예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삼았다니까.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를 철수 구실로 삼으면서까지 말이야.
철수 혹은 주둔, 70년간의 밀당...북미회담 앞둔 주한미군의 운명은? (feat. 레고놀이)
하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된 상황에서 제3땅굴이 발견되자 미국도 뜨끔했어. 한국을 그냥 방치했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미국은 그때 한창 공산권과 냉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남한이 공산주의에 넘어가도록 할 수는 없었거든. 결국 카터 대통령은 1979년 서울을 방문해 주한미군 철군계획을 백지화시켰어.

1989년 소련과 동구권 붕괴가 임박하면서 주한미군을 둘러싼 기류는 또다시 바뀌었지. 다시 아쉬울 게 없어진 미국이 돈 문제를 들고 나온 거야. 한국이 돈을 안내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고 나온 것이지.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과 전력싸움에서 자신이 없었던 한국은 별수 있었겠어? 결국 한국도 주한미군을 남기기 위해 방위비를 부담하게 됐지.

1990년대가 되자 기류가 조금 달라졌어. 한국의 국력이 북한을 확실히 앞서기 시작하면서 주한미군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생겼거든. 전시작전통제권 논란도 이때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지.

이때까지 평화시나 전쟁시나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작전은 한미연합사가 최종지휘 하도록 돼 있었어.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하니까 정리하면 사실상 미군이 지휘권을 갖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노태우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마침내 한국이 작전권을 가져오기로 한미가 합의를 했어.


그런데 1993년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고 이듬해 김일성이 사망한 거야. 허걱, 이때는 정말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날 줄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휘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어.

결국 1994년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에 그대로 두고 평시작전권만 한국 합동참모본부로 가져왔어. 전시와 평시를 가르는 기준은 전투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이야. 데프콘은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상황을 의미하는 1단계부터 평화상황인 5단계로 나뉘어. 1~3단계때는 전시로 보고 한미연합사가, 4~5단계는 평시로 보고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거지.

2000년대 들어 전쟁위험이 잦아들면서 이제는 전시작전통제권까지 가져올 때라는 논쟁이 벌어졌어. 여기에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섰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14살 소녀 효순이, 미선이가 치여 숨지는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가 주한미군에 너무 저자세였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지. 광화문 촛불시위의 원조도 바로 이거야. 그러자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전시작전권까지 한국군이 가져오도록 합의를 했어.

하지만 북한의 무력도발이 시작되면서 다시 한국은 주한미군을 붙잡았어. 2010년 3월 서해바다에서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했거든. 아~ 정말 역사는 반복되네.

그러자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이 이어지자 2014년에는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미뤄버렸지.

2018년, 한반도는 또다시 ‘역사의 문’ 앞에 섰어. 당연히 주한미군도 또다시 미묘한 밀당의 대상이 됐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할지를 두고 한국은 물론 북한, 미국, 중국 등 주변에서 입장이 엇갈릴 거야.

우선 주한미군이 위기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줬지만, 종전 뒤에도 남아있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거야. 이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분담금이 적다며 현재 2만명대인 주한미군 수를 줄이자고 이야기하고 있고, 미 의회에서는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감축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단 주한미군을 인정하지만 향후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면 미국도 ‘성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어.

전시작전권도 다시 이슈가 될 거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군의 날에서 하루속히 우리군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자유한국당은 이걸 ‘안보의 골격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거든.

정말로 한국 전쟁 이후 계속된 남북 대립의 역사가 끝나고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까? 세계의 눈이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운명을 지켜보고 있어.
/연유진·정가람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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