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의 모습. 1년 남짓 계속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는 최근 인도·멕시코 공장의 설비 증설에 나섰다.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도 안 되는 인도는 성장성을 보고, 멕시코는 미국 시장 교두보로서의 활용가치가 높아 투자를 결정했다. 여기에는 국내투자 여건이 매력적이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규제와 기업 옥죄기 정책이 비용부담 등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의 사례는 1년 남짓 이어진 소득주도 성장의 민낯을 보여준다. 정책의 뼈대 격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가뜩이나 강성노조와 통상분쟁에 따른 관세 문제로 골치를 앓는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트로이의 목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재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대기업은 물론 협력업체 임원들을 만나면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며 “이대로 가면 국내에는 해외로 나갈 여력이 안 되는 기업만 남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탈(脫) 한국행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한화큐셀은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모듈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 차세대 엔진 시설 투자에 나선다. 최근 들어 반기업 정서와 정책 리스크로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통해 양극화를 줄이겠다는 목표도 무색해지고 있다. 무인기기 및 자동화 설비 확대,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 증가로 양질의 일자리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든 부작용이 속출해서다. 그 결과 올 3월 실업률(4.5%)이 17년 만에 최대로 치솟고 올 1·4분기 소득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8.0%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현실이 됐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그렇지 않아도 악전고투 중인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기업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기업이 성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희망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훈·조민규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