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은 뒤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지만 외교안보 분야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들은 추후 핵 사찰·검증 합의 등 변수가 곳곳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관심이 높지만 북미 협상이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북한의 핵 폐기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의 내용에는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가 담겼을 것이라는 게 서경 펠로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니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원론적인 내용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 있다는 투로 얘기한 것을 봐서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ICBM과 핵 물질 등에 대한 반출 논의가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펠로들은 비핵화 과정이 핵 사찰·검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미국이 오는 2020년 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2년 안에 비핵화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미국도 알 것”이라면서도 “단지 북한이 핵 사찰·검증에 대해 미국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한다면 2년이 더 걸리더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핵 시설 사찰과 핵 폐기 검증이 북미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미국으로 이전하면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에 그대로 노출돼 협상력 약화를 우려할 수 있다”며 “북한은 자국에 우호적인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단순히 ICBM 제거에서 끝나서는 안 되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북한은 ICBM을 폐기하되 핵은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없애고 평화가 왔다고 외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전 선언의 주체에 중국이 포함돼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펠로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고 교수는 “남북미 3자가 종전 선언을 하는 것으로 일단은 의견이 모인 것 같다”며 “중국은 이후 평화협정을 맺을 때 들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고 남북중 3자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종전 선언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의 송환 문제 등을 들어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한미훈련이나 탈북 종업원 문제가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남북·북미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이러한 문제를 장외 압박 명분으로 확보하려는 이중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본 회담에서 한미훈련과 탈북종업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간 보기 힘들었던 매우 전향적인 자세”라면서 “스탠스를 낮춘 상태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 문제를 잘 풀어보겠다는 태도”라고 평가했다. 홍 연구위원은 “그러나 한미훈련과 탈북종업원 문제는 남북·북미 관계가 경색되면 북한이 판을 깨는 가장 강력한 카드로 활용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박효정·하정연·양지윤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