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전날 저녁 베이징에 도착한 후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국 대표단과 간단한 회동을 거친 뒤 이날부터 본격적인 협상 줄다리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이틀째 회의 이후 “솔직하고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특정 수출 품목을 다뤘다”고 말했지만 미국 측 대표단과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한 중국 팀과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양측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번 협상과 관련한 성명에서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무역 제재를 내놓는다면 양측이 협상에서 달성한 모든 경제 무역 성과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3차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국이 추가 무역 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도 유예했던 대미 ‘관세 폭탄’을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압박이다.
최대 관심은 미국에서 열렸던 2차 협상에서 대미 무역 흑자를 축소하겠다고 중국이 두루뭉술하게 약속한 수입 확대 방안과 관련해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리스트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에서 2차 협상을 사실상 실패로 낙인찍은 만큼 오는 2020년까지 2,000억달러 대미 흑자 감축 요구안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명분은 주요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 견제론에 방점을 둔 미국 측의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중국 견제가 아닌 실리를 챙기는 데 방점을 두면 이번 협상이 쉽게 풀릴 수 있어 결국 미국의 전략이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느냐가 이번 3차 협상의 관건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자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방안을 독촉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제재 해제 조건으로 17억달러(1조8,284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벌금 액수로 밝힌 최대 13억달러를 크게 초과하는 액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 앞서 관세 폭탄을 재차 예고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구체적인 무역 흑자 감축액 수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북핵 협상과 남중국해 문제 등 정치 이슈와 통상협상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중국도 선뜻 통 큰 양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