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동섭의 4번홀 버디 세리머니. /사진제공=KPGA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닌’ 명승부였다. 이쪽저쪽으로 저울질하던 ‘승리의 여신’은 결국 맹동섭(31·서산수골프앤리조트)에게 미소를 지었다.
맹동섭이 베테랑 홍순상(37·다누)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맹동섭은 3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그는 홍순상(8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년2개월 만에 거둔 통산 세 번째 우승. 2009년 데뷔 첫 승 이후 승수를 보태지 못하던 맹동섭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8년 만에 우승 맛을 본데 이어 다시 한 번 기쁨을 누렸다.
선두 윤성호(22)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맹동섭은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더블보기를 범한 윤성호를 추월했다. 일찌감치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이형준(26·웰컴디지털뱅크)과 홍순상의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4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맹동섭은 12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적어내 같은 홀까지 3타를 줄인 홍순상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 2라운드 선두였던 이형준도 이날만 5타를 줄이면서 막판 3명의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형준이 먼저 합계 7언더파로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직후 홍순상은 17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해 6언더파가 되며 우승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그린 주변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마지막 홀을 남긴 맹동섭과 극적으로 동률을 이뤘다. 마지막 조의 맹동섭은 우승을 위해 반드시 버디가 필요한 상황. 긴장할 만도 했지만 시원스런 드라이버 샷에 이어 두 번째 샷을 홀 5m 가량에 올려 우승을 예감했다. 맹동섭은 이글 퍼트가 살짝 빗나갔으나 가볍게 끝내기 버디를 잡은 뒤 홍순상을 비롯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지난달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9위, SK텔레콤 오픈 공동 5위 등으로 선전한 그는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아 시즌상금 13위에서 4위(2억2,035만원)로 올라섰다.
통산 5승의 홍순상은 멋진 이글에도 2013년 이후 약 5년 만의 정상 등극이 무산됐지만 긴 침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형준에 이어 문도엽이 5언더파로 4위에 올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