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폐가의 변신…'자율주택정비사업' 뜬다

블루베리 농장 등 일자리 만들고
청년·신혼부부에 저렴한 임대도
주민합의체 통해 진행 갈등 예방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요수단 부상

6·25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이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 부산 영도 봉산마을에선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됐다. 한 때 2만 5,000여 명이 살던 이곳은 주민이 한 명 두 명 떠나고 8,000여명 수준까지 줄면서 곳곳에 폐가·공터가 생겨났다. 주민들이 낙후돼가기만 했던 마을을 블루베리 농장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변신이 시작됐다. 재배한 블루베리는 잼으로 제작, 노인들의 소득과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되고 있다. 주민합의체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계획 중이다. 임대공간 상부 3개 층은 지역의 근로자 및 청년층, 신혼부부들에게 저렴주택을 제공하고, 1층은 지역 노인들을 위한 경로당을 설치하여 편익을 제공한다. 부산에서 최초로 시도 중인 자율주택정비사업인 ‘베리베리 굿 봉산마을 복덕방’의 모습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 봉산마을처럼 2인 이상의 집주인 동의만으로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개량 또는 건설할 수 있는 자율주택사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국토부가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의 내용 중 하나로 노후저층 주거지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정비하기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다. 기존 대규모 정비사업과는 조합 설립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빠른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의 직접 참여와 100% 전원합의에 따라 추진해 주민 갈등을 예방할 수 있고, 주거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도 최소화할 수 있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주요한 사업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업전

사업후

서울에서도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찾아볼 수 있다. 동작구 상도동 244번지 일대는 주민협의체 주도로 40가구 규모의 5층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새로 짓는 40세대 중 11세대는 기존 소유자가 재입주하되 나머지 29세대는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도동 자율주택정비사업의 특징은 주민협의체와 함께 SH공사 함께 주도한다는 점이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뉴타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출구전략으로 저층 주거지 도시재생모델을 개발해 왔다”며 “상도동에서 처음 시도하는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이 기존 대규모 재개발 사업의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주민 합의체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추진 역량이 부족하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4곳에 자율주택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개소해 사업신청 및 사전 검토, 사업비 융자 등에 대한 상담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에서는 총사업비의 5% 이내에서 운영비나 설계비 등 초기사업비를 지원한다. 사업시행인가 이후부터는 총사업비의 50% 이내에서 연 1.5%의 저금리 융자와 함께 총사업비의 90% 이내에서 주택도시증공사(HUG)의 보증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민합의체로 추진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주민들의 사업경험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자율주택정비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때 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 등 유관기관들이 협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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