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먹구구 ODA사업 컨트롤타워부터 세워라

우리나라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주먹구구로 진행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경제신문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별로 ODA 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지원사업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해 현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ODA 사업은 한해 예산 규모만도 3조원에 이를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분야다. 올해에도 수출입은행이 우즈베키스탄 공항건설 등 114개 사업에 1조581억원을 지원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556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선정 과정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사전 타당성 검사나 사후평가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돼 원조대상국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커녕 브로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조차 원조대상국의 공식 요청도 없는 사업을 추진해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더욱이 기관마다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바람에 해당국에서 교통정리부터 해달라는 호소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세금이 줄줄 새니 국민 10명 중 6명이 ODA 지원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ODA 사업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성공 차원에서도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과 일본이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ODA를 인프라 수출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맞서자면 차별화된 지원전략과 맞춤형 사업구조를 마련해 실효성을 높이는 게 시급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집행기관을 일원화해 과도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처럼 외교당국에 ODA 예산과 편성권을 부여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일이다. 아울러 빈곤이나 교육환경 등 질적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ODA 모델’ 개발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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