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네즈 얀사(오른쪽) 슬로베니아 전 총리와 그의 부인이 3일(현지시간) 센틸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센틸=AFP연합뉴스
동유럽 슬로베니아에서도 반 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슬로베니아에서 4년 만에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3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국영 방송에 따르면 야네즈 얀샤 전 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은 이날 총선에서 99%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25%의 득표율로 제1당이 됐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지난해 대선 결선투표까지 진출했던 마르얀 세렉 캄니크 시장이 창당한 반체제 정당 ‘리스트’ 당(LMS)은 SDS의 뒤를 이어 12.6%를 득표하면서 13석을 차지했다.
경제 호황 속에 뚜렷한 이슈 없이 치른 이번 총선에서 SDS는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2004∼2008년, 2012∼2013년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슬로베니아의 경제성장을 이끈 얀샤 전 총리는 핀란드산 장갑차 부패 스캔들로 6개월 구속됐다가 재심 결정을 받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달 유세에서 난민을 독(毒)이라 부르며 유럽 기독교 문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초청해 난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헝가리는 난민정책 덕분에 안전한 나라가 됐고 벨기에는 그렇지 못한 정책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는 구유고슬라비아연방 중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로 2015년 난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발칸 루트인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종착지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슬로베니아를 거쳐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들어간 난민 수는 5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 그리스보다는 난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헝가리, 오스트리아에서 지난해부터 잇따라 우파, 극우 정당들이 난민 이슈로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상황이 슬로베니아에서도 재연됐다.
미로 체라르 전 총리가 이끈 집권당인 현대중앙당(SMC)은 9.7% 득표율로 4년 전보다 20석 적은 10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소수 정당이 됐다.
반난민 성향의 SDS가 제1당이 됐어도 연정 출범은 상당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쥔 리스트 당이나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은 얀샤 전 총리를 시대착오적 인물로 규정하면서 선을 긋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