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기부 장관, 벤처 생태계 활성화 '광폭 행보'

지난 주말 취임 후 첫 해외출장 '중관춘行'…개방형 혁신 방안 등 집중 모색
'나와라! 중기부' 통해 스타트업계 현장과 직접 소통…미래형 벤처 생태계 육성 방점

홍종학(오른쪽 첫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inno way)에 방문해 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중관춘 핵심지역에 위치한 창업거리는 중국 최초의 혁신창업 클러스터로 손꼽힌다. /사진제공=중기부

“스타트업의 성공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입니다. 업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 반드시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성공시키겠습니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나와라! 중기부 스타트업에게 듣겠습니다’ 행사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약속했던 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면서 벤처 활성화를 통한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결정짓는 대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위해 홍 장관이 최근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취임 6개월 동안 업무 파악을 통해 중기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립한 홍 장관은 일자리 창출의 키(key)가 벤처 생태계 활성화라는 데 확신을 갖고 현장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창업거리를 낙점했다. 지난 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을 방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및 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중관춘 핵심지역에 위치한 창업거리는 중국 최초의 혁신창업 클러스터다. 창업지원서비스기관 약 45개, 벤처투자기관 100여개 등이 입주했다. 이를 통해 600여개 창업팀을 인큐베이션하고 있는데, 중국 벤처투자금의 약 3분의 1이 중관춘에 집중돼 있을 정도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자와 투자자가 직접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낸 곳이 바로 중관촌의 창업거리”라며 “장관이 중요한 출장 일정으로 중관춘 창업거리를 선택한 것도 혁신 성장의 핵심이 바로 자연스러운 조성된 창업 분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중관춘 창업거리에서 만나는 현지 젊은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전시된 제품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뜨거운 학구열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장관은 칭화대 사이언스파크도 찾아 중관촌 창업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칭화대의 역할과 중관촌 지역 창업자, 투자자, 대학, 대기업 등의 네트워크 구축 현황을 살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 중 하나인 센스타임을 방문,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 3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을 청취했다.

홍 장관이 중관춘을 선택한 것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혁신의 기반과 개방형 혁신생태계의 성공모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홍 장관은 취임 초부터 ‘범정부적 창업국가 조성’에 대한 역량 집중을 강조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협력 환경조성 등을 통해 ‘혁신성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면서도 “중국의 중관춘처럼 중소기업은 기술력을 축적하고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혁신의 기반과 개방형 혁신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달 23일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나와라! 중기부 스타트업에게 듣겠습니다’ 행사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행정’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날 행사는 형식과 내용 모두 파격적이었다. 홍 장관을 비롯한 중기부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구분 없이 어우러져 자리를 잡았다. 현장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발언을 하고 싶은 참석자는 정해진 순서 없이 손을 들고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특히 오픈채팅방을 열어 현장에 직접 오지 못한 업계 관계자와 국민 의견도 수렴하며 ‘소통 의지’를 보였다.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한 홍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모든 점에서 완벽하진 않은 만큼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정신 차리고 일하겠다”면서 “스타트업의 성공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23일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나와라!중기부’ 간담회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홍 장관은 민간 중심의 소셜벤처 활성화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청년 일자리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민간 중심의 소셜벤처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1,200억원 규모의 소셜 임팩트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우수 청년소셜벤처에 최대 1억원까지 창업사업화 비용도 지원한다. 홍 장관은 “일자리위원회 및 관계부처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소셜 벤처 지원 정책이 마련됐다”며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혁신적인 소셜벤처가 제대로 대접받아 보다 쉽게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는 홍 장관이 강조한 ‘오픈 이노베이션 네이션(open innovation nation)’, 즉 개방형 혁신 국가‘를 위한 초석 다지기 일환으로 풀이된다. 홍 장관은 페이스북이나 간담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창업기업들이 유니콘 기업, 세계적인 대기업이 될 수 있게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며 “개방형 혁신국가는 이미 시작됐다. 대기업, 정부, 중기가 함께 협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현장의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홍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스타트업 대표는 “그동안 정부가 소통을 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봤을 때는 항상 막혀 있는 느낌이 컸다”면서 “중기청에서 중기부로 승격한 후 첫 수장을 맡게 된 홍 장관이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형식 등에도 구애 받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